“5월정신, 문화도시로 꽃피우자”
“5월정신, 문화도시로 꽃피우자”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05.12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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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광주MBC 특별좌담 ‘5.18에서 문화도시까지’

▲ 지난 12일 광주MBC가 5.18 27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좌담회에서 패널들은 "광주가 5월 정신에 기초해 문화도시 조성과정에서 협치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 과정에서 랜드마크 논란을 중심에 놓고 근대적 가치와 전근대적 가치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2일 광주MBC가 5.18광주민중항쟁 27주년을 맞아 ‘5.18에서 문화도시까지’라는 제목의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 정기용.
이날 좌담회는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정기용 문화연대 공동대표(건축가)가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정기용 대표는 5월 정신의 핵심을 “저항의 정신, 자율의 정신, 평화의 정신”이라고 정의하고 “기념사업이 자율에서 타율로 옮겨가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상봉 교수는 “인간은 자유인과 노예라는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실존적 고통을 겪는데 광주항쟁은 그것을 최초로 거부한 존경스러운 사건”이라며 “폭력, 미증유의 수난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단계를 넘어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황지우 총장은 “5월정신의 박제화, 지역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문화라는 매개를 이용해 5월 정신을 계승하는 연장선상에서 문화중심도시 사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1, 2기 조성위원으로 종합계획 속에 이러한 기본방향이 옳게 정립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 도정일.
도정일 교수는 박제화, 지역화의 책임에 대해 “정부의 책임도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도 교수는 “믿고 싶지 않지만 젊은 세대들의 과거 군사독재에 대한 향수는 문민정부 15년 동안 자율성과 민주주의의 품위가 빵보다 중요하다는 가치를 가르쳐주지 않은 까닭”이라며 “군사독재의 폐악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도 교수는 “일본의 탈아입구(아시아를 떠나 서양의 일원을 꿈꾸는) 성향을 한국과 중국도 좇고 있다”며 “광주문화중심도시는 물질적 근대를 넘어 정신의 근대, 가치의 근대라는  보편가치의 지향점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도 교수의 지적에 덧붙여 “광주문화도시는 국가로부터 저질러진 죽음과 폭력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가 아닌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정신문화 승화의 차원에서도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중심도시 논의 과정 속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랜드마크 논쟁에 대해서 패널들은 눈앞의 경제적인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백년지대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황지우.
황 총장은 “큰 소 한 마리(전남도청)가 빠져나간 빈 집에 송아지 한 마리(문화전당)가 들어오자 기를 생각은 안하고 다리 하나씩 차지하려는 풍경”이라고 비유하고 “긴 호흡, 광주다운 관용의 자세로 전문가들을 믿어보자”라고 말했다. 전체기획은 비상한 상상력을 지닌 소수자가 담당해야지 대중추수주의에 빠지면 거대한 ‘키치(저급하고 조악하다는 의미)’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도 교수도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가 먼 훗날 스페인의 명물이 된 예를 들며 “나눠먹기가 단기적으로는 득이 될지 몰라도 수십 년 이후 광주를 먹여 살릴 보물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황 총장의 의견에 동감을 표시했다.   

반면에 김 교수는 “전문가주의를 당연시 여기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예술가는 민중들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형상화할 의무가
▲ 김상봉.
있고 시민들은 더욱 문화적인 태도로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한다”라고 양쪽의 책무를 강조했다.

이 밖에 랜드마크 논쟁으로 7대문화지구 조성계획이나 혁신도시와의 연계방안, 예술가 거주 프로그램 등의 생산적이고 좋은 내용의 구상들이 묻혀버리고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공연장 건립 등의 장르 이기주의, 문화산업단지 조성이라는 전근대적 사고, 관료주의 등에 대해 패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광주가 5.18정신에 기초해 관료, 전문가, 시민이 함께하는 협치의 전형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로 좌담회를 끝맺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오는 18일 저녁 9시 55분부터 110분 간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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