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졸속 협상‥농업해체 불가피"
"총체적 졸속 협상‥농업해체 불가피"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5.0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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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농업⑶] 농업관련 협상 평가

세계 유일, 관세 예외 품목 全無...“후계 인력마저 단절 우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분과별 한미 FTA 협상 내용을 분석한 결과, 농업부문의 경우 후계 인력이 단절될 만큼 해체 상황을 맞게 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협상은 물론 세계 어느 FTA보다 충격적인 ‘전면 개방’이라는 것이범국본의 분석 결과다.

범국본은 지난 24일 각 분야별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한미 FTA 협상 종합평가 및 분과별 평가 보고서>를 내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 FTA 협상단에 ‘끝장 토론’ 개최를 제안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가 대표 발제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협상은 총체적 졸속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으로 있을 DDA 협상에서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한중 FTA, 한EU FTA 등이 추진되면 족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윤 교수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협상 전반을 살펴본다.

1995년 WTO 출범은 쌀을 제외한 우리 농업의 전면개방을 의미하는 충격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관세가 부과돼 어렵게나마 버텨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로 중장기적으로 관세마저 모두 철폐되게 됐다.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ASG(농산물 세이프가드) 발동도 없어지게 돼 그야말로 완전한 개방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소l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복숭아, 사과, 오렌지, 딸기, 혼합분유, 조제분유, 마늘, 양파, 인삼 등 대부분의 농산물은 이제 벌거벗은 상태에서 미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세계 모든 나라 사이에 체결된 FTA중 한미 FTA만큼 예외품목 하나 없는 FTA는 없다는 사실에서도 한미FTA는 우루과이 라운드 충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특히 앞으로 있을 DDA 협상에서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다. 한중 FTA, 한EU FTA 추진에도 족쇄가 될 것이라는 것.

단기적으로 중요품목의 경우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결국 경쟁력 있는 농민이나 농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생각보다 급격한 농업해체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가 완전히 철폐될 경우 현재의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추가적으로 30~80%까지 하락하게 돼 국내 가격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예컨대 현행 관세가 높은 참깨는 국내산 가격이 현행 관세하에서의 수입가격보다는 10.2배 비싸고, 관세가 철폐될 경우 24.2배가 될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관세가 45%인 토마토의 경우 1.7배에서 2.5배로 국내가격이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국영무역으로 TRQ(관세할당) 물량을 관리하고 있는 품목 중 상당한 품목은 개인기업에게 수입권 및 국내유통기능이 넘어가게 됐다. ASG 발동요건도 현실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추진된 어떤 FTA도 예외 품목을 인정하지 않는 FTA가 없다는 측면에서 농업부문의 피해는 가히 충격적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안전성과 검역에 관한 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5월 이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재개를 약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GMO(유전자 조작식품)끼리 교잡으로 개발된 후대교배종 작물은 추가 안전성 검사마저 않기로 했다.

특히 비위반 제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향후 농업정책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권 침해 소지마저 우려된다. ‘비위반 제소’란 말 그대로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어는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게 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가 국내 농축산업 지원을 위한 각종 보조나 부담금 제도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품무역이나 농업 부문의 허용보조금이라 할지라도 FTA 체결국의 해당 물품 혹은 업자의 기대 이익이 현저히 침해되었다고 간주될 경우 비위반 제소를 통해 적절히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공공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주권침해 소지마저 안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서 특히 염려가 되는 것은 후계 인력마저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민 등은 별다른 대안이 없어 갑자기 이농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문제는 미래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켜 나갈 새로운 인력의 진입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농업의 대마저 끊어질 형국이다.

한미 FTA로 인한 피해규모는 연구모형이나 시나리오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피해규모의 계량적 산출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화폐가치로 따질 수 없는 피해와 심리적 고려하면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것.
범국본은 협상 결과 보고서에서 “농정의 패러다임 전환과 국민적 이해가 없으면 농업은 중장기적으로 축소되거나 해체적 위기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세계 각 FTA 관세철폐 내용

세계 각 FTA

관세철폐내용

관세 예외 품목비율(%)

한미 FTA

쌀 제외 전품목 관세철폐(다만 진쌀, 배아미, 쌀방 등은 10년 이내 관세철폐)

한국 1%

미.호주 FTA

미국 342개 품목 예외, 호주 쇠고기 수입관세 8년 유예

미국 19%

NAFTA

미국 58개품목 예외, 캐나다 35품목 예외

미국 4.8%

캐나다 3.4%

캐나다.멕시코

캐나다 18개 품목 예외, 멕시코 87개 품목 에외

미국 7.5%

멕시코 8.7%

EU.칠레 FTA

 

EU31.8%

EU.멕시코 FTA

 

EU35%

■ 관세철폐시 수입가격 상상과 국내가격의 비교

 

관세

미국산 수입가격

(A)

관세철페시미국산     수입가격

(B)

미국산 수입가격 인하율

(%)

국내가격

(C)

C/A

(배)

C/B

(배)

참깨

630

1,489

630

-86.3

15,264

10.2

24.2

마늘

360

1,759

382

-78.2

2,196

1.2

5.7

양파

135

552

234

-57.3

653

1.1

2.8

토마토

45

1,236

852

-31.0

2,201

1.7

2.5

딸기

45

2,656

1,831

-31.0

 

2.0

2.9

포도

45

2,212

1,525

-31.0

 

1.5

2.2

사과

45

862

594

-31.0

 

4.0

5.7

45

803

553

-31.0

 

2.9

4.2

복숭아

45

1,162

801

-31.0

 

2.7

4.0

오렌지/감귤

50

962

641

-33.3

 

1.3

2.0

키위

45

2,113

1,457

-31.0

 

1.5

2.2

쇠고기(냉장)

40

6,085

4,346

-28.5

 

2.2

3.1

쇠고기(냉동)

40

3,769

2,830

-28.5

 

3.5

5.0

삼겹살

22.5

2,830

2,128

-18.3

 

3.9

4.6

탈지분유

176

2,128

771

-63.7

8,718

4.1

11.3

243

6,286

1,832

-70.8

11,197

1.7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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