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아들이 어머니 찾아뵙듯...” 정치실패 사죄
“실패한 아들이 어머니 찾아뵙듯...” 정치실패 사죄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3.12 2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생정치준비모임, 광주 DJ에서 전국 순회 토론회
▲ 민생정치준비모임 소속 의원들이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가진 토론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의례를 갖고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로 이뤄진 민생정치준비모임이 12일 광주를 방문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자인하며, 지지를 구했다.

전국순회 토론회의 첫 순서로 광주를 방문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은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민생평화개혁세력의 위기진단과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해 사죄했다.

민생정치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태홍 의원은 인사말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전통적 지지층인 민주개혁세력과 서민을 저버렸다”며 “참여정부는 대북송금특점 수용,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 철회,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강화, 한미 FTA 추진 등 개혁과는 거리가 먼 정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사회에 나가 실패한 아들이 못된 짓 하고 어머니를 찾아뵙듯 광주에 와서 송구하다”며 민생정치준비모임에 참여한 9명은 누에고치를 뚫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처럼 깊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민생정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우리의 잘못으로 인해 정치권뿐 아니라 이 나라의 민생 개혁세력의 위기를 초래한 데 대해 더욱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그러나 우리가 이 자리에서 주저앉아 있을 수  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최재천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지나친 형식적 민주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무엇을 위한 정치이고, 무엇을 위한 정부인지를 망각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를 위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권 강화를 내세우며, 구체적으로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이념적 정책 방향을 교육, 직장, 주거문제 해결을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정계개편, 대선 문제 등과 관련해 “열린우리당과 동시에 민주당도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민주당은 호남의 개혁성향을 일깨우기는커녕 지나치게 공포를 조장해 호남의 자민련화를 꾀하고, 총선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아울러 “민생정치준비모임은 기존의 정치공학적 선거전략은 ‘(호남+∝)+(영남-∝)=대선승리’라는 공식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이 선거전략은 반 한나라당 후보라면 호남 주민들이 수동적으로 따른다는 발상이자, 이 논리는 ‘영구적 영남후보론’의 기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민생정치준비모임 소속 인사들이 토론회에 앞서 합동 인사를 하고 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 류한호 교수는 “민주개혁세력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 했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반성을 하며 용서해 달라고 하고 있다”며 “광주시민들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류 교수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며 그 근거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나는 책임이 없고 다른 사람은 책임이 있다는 식의 책임전가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한미 FTA를 통해 본 참여정부의 정체성 ▲신자유주의하의 사회적 양극화의 심 화 ▲민주개혁평화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만연 ▲과거 회귀주의적 경향의 확산 ▲대통령의 취약한 리더십을 들었다.

류 교수는 “더 큰 문제는 국민은 단순히 노무현 정부만의 실패라고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개혁세력 모두의 실패로 보고 있는 것에 근본적 위기가 있다”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선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 의원이 민생정치의 내용으로 내 세우는 교육, 직장, 주거의 개념이 (국민들에게)받아들이기 쉬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각각 다른 주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문제는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가 한편으로 있기 때문에 잘 매치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컨텐츠를 바꾸는 정도 수준의 설득력으로는 동력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선거의 핵심은 리더십인데,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광주전남에서는 공천을 엉망으로 해 풀뿌리를 다 흐트려 놨기 때문에 이제 모일 풀뿌리마저 없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상갑 변호사는 “2차례의 민주세력 집권으로 호남의 지역주의는 어느 정도 약화됐다”며 “반 한나라당 전선의 명분은 과거와 같은 큰 힘을 얻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울러 “정계개편 과정에서 지역연합만 얘기하고 있지, 통합해서 어떤 정당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두규 순천YMCA사무총장은 “개발주의 이외에는 대안도 없는 보수세력에게 피 땀흘려 일해 온 개혁민주주의 세력이 조롱당하는 현실이다”며 사립학교법을 예로 들어 “똥개한테 바지가랭이를 물려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어 “민생정치모임이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고 있다면 명확하게 노선을 제시해 줘야 한다”며 “명확하지 않는 정책을 내 건다면 제3당의 위치밖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재천 의원은 통합신당 추진 일정과 관련해 ▲6월 10일까지 통합신당 준비위 구성 ▲7월 중순 통합신당 창당 ▲9월 중순 대선후보 선출 일정을 밝혔다.  

▲ 민생정치준비모임가 민생포럼(준)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참여정부의 실패요인과 정계개편과 대선 등에 관한 다양한 방안등이 논의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