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두환에 두 번 죽다
광주, 전두환에 두 번 죽다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1.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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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일해공원’ 추진 강행...광주는 되레 조심하며 대응 자제
합천군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해(日海)’ 공원 추진 문제 때문이다. 합천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일해는 그의 아호. [시민의 소리]는 10일 합천군을 찾아 ‘일해’ 공원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심의조 합천군수를 만났다. 경남 합천군(군수 심의조. 한나라당)이 전두환의 아호를 딴 ‘일해(日海)’ 공원 추진으로 역사를 조롱하고 있지만 광주가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27년을 거슬러 재현되고 있는 광주의 생채기 때문이다. ‘일해’ 공원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 군이 2004년 밀레니엄 사업 일환으로 합천읍 황강변에 준공한 공원의 명칭을 새로 제정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알려져 있지만, 군은 정식 공원 명칭이 아직까지 없었다는 주장이다. ▲ 경남 합천군이 2년동안 불러오던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본따 ‘일해공원’으로 명명하기로 해 전국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일해공원 내 팔각정과 주변 전경.
군은 전두환의 태생지를 이용해 관광자원화 한다는 구상이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으로서, 군민의 자긍심 고취와 대외적 관심도를 제고한다는 것. 아울러 공원을 군의 관광명소로 부각시킨다는 입장이다.

군은 지난달 실시한 한 설문조사를 빌미로 ‘일해’ 공원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 군에 따르면 1,3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541명의 응답자중 302명(51.5%)이 ‘일해’에 찬성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라며 합천군의 어이없는 처사에 격분해 하고 있다.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서는 서명 개시 10여일만인 12일 현재 반대 서명자가 6천여명을 넘어섰다.

ID ‘도담삼봉’은 “참내 살다 살다가 이런 반대를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해봤다”며 합천군의 처사에 혀를 내둘렀다. ID ‘물소리’는 “내게 유익함을 준 사람이라면 살인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두렵다”며 출신지를 내세워 홍보수단으로 삼는 합천군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군의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경남지역시민사회단체는 11일 합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군이 추진하는 공원 명칭 하나로 합천군민은 물론 경남도민 전체가 다수 국민들의 비웃음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전두환 공원 추진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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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질타가 계속되고 있지만 합천군은 ‘일해’ 공원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을 방침이다. 군은 군정자문위원회를 거쳐 조만간 명칭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공원안내 간판이 또렷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줄여서 "생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원 내에는 3.1독립운동 기념탑도 세워져 있어 역사 왜곡 시비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해’ 공원 문제가 논란이 한달 째 이어지고 있지만 광주지역 시민사회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입장발표라고는 지난달 5.18관련단체와 광주전남희망연대, 6.15공동위 광주전남본부 등이 합동으로 규탄 입장을 밝힌 것이 유일하다. 지난달 5.18관련 단체들이 이 문제를 숙의 했지만 섣부를 대응을 자제키로 했다. 자칫 지역주의의 문제로 비춰질까 하는 것.

정수만 5.18유족회장은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피의 대가로 대통령이 된 사람의 아호를 따서 공원을 만든다는 것이냐”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췄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도 “5월 단체들이 항의 방문을 하려고 해도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으로 안 좋게 비춰질까 조심스럽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장화동 6.15공동위 광주전남집행위원장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여간 조심스럽다”며 “감정을 자제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심 군수는 10일 [시민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에 대해서는) 마음 아프게 생각하지만 20~30년 지난 역사를 뒤집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도 옳지 않지 않느냐”며 ‘일해’ 공원 추진의지를 거듭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합천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에서 카페 ‘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전사모)’ 주최로 ‘일해’ 공원 찬성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피해자이면서도 다시 굳게 입술을 다물어야 하는 입장, 27년을 거슬러 온 광주가 또 한 번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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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 2007-01-16 19:42:15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너무 과거에 매이면 미래가 없다.'
전두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시민의 소리에 대한 쓴소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는 이름짓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이름은 모든 것이다."
흔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한다. 이 말 속에 이미 전두환을 전직 대통령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당장 역사교과서에서 지우진 못할 지라도. 우리는 그를 그렇게 불러선 안된다.
전두환 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자꾸 부르면 부를수록, 그는 우리의 과거 대통령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시민의 소리여, 인정할 수 있나? 인정하겠나?
아니다. 인정할 수도, 인정해서도 안된다.
전두환은 살인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찬탈한 깡패 군인일 뿐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도 멀쩡히 살아서, 떵떵거리며 매일 오래살기 위해 배드민턴을 치고, 운동 가는 길을 신호체계까지 조작하며 보호하는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시민의 소리는, 적어도 시민의 소리만이라도 앞으로 전두환씨라고 불러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