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를 아시지요?
단재 신채호를 아시지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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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 충북대 교수)

대한민국 사람으로 단재 신채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880년 태어나1936년 서거하기까지 그야말로 고난의 일생을 사신 분이다. 교육자, 독립운동가, 역사학자, 사상가, 언론인, 작가,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등 그에게 붙여진 이름만 보아도 얼마나 파란만장하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 파란(波瀾)의 정점에 친일파가 주선하는 병보석을 결연히 거부한 기개와 기백이 있다.

 그렇다면 단재 신채호 선생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대답이 곤궁해진다. 독자제현(讀者諸賢)께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시리라. 단재는 현재 국적이 없다. 물론 국적은 생존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것이므로 사망한 단재에게는 국적이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국적은 근대 국민국가(nation state)의 제도다. 근대 이전인 봉건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국적이 없었다. 국적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다. 국적을 부여하는 국민국가는 민족과 문화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 등이 결합하여 탄생한 근대의 제도다. 그런데 단재는 바로 이 국민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노심초사하다가 일신을 민족에 던졌다. 그런 단재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징적으로라도 국적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단재의 호적이나 국적이 없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조선총독부를 계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계승했다면 임정(臨政)의 중요 인물인 단재에게 국적을 부여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단재는 중국으로 망명하면서 일제(日帝)를 단호하게 부정했고 일제가 시행하는 모든 제도 또한 부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총독부의 행정에서 단재의 호적과 국적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해방 이후의 대한민국 정부는 자동적으로 임시정부의 요인들에 대해서 국적 부여와 같은 행정적 절차를 취했어야 했다. 그리고 사망한 경우라도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국적을 부여했어야 했다. 이승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

이것은 명백하게 대한민국이 조선총독부의 행정을 계승했음을 의미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일제시대의 애국지사에 대한 국적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통과조차 불분명하니 이 또한 통탄할 일이다.

 그렇다고 단재가 한국인이 아닌가? 그것은 아니다. 분명한 한국인이다. 이처럼 단재는 한국인이 분명하지만 명목적으로 한국인이 된 적이 없는 이상한 지위에 놓여 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 된 적이 없는 딱한 단재는 2004년에 묘까지 이장(移葬)되어서 그야말로 처절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원래 선생은 강퍅하고 괴팍하여 그 기개가 하늘을 찔렀다고 전한다. 생각해 보면 그처럼 형형하고 청청한 소나무 같은 지사가 있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그런 인물이 없었던들 민족의 정신은 갈기갈기 찢겨 버렸을 것이니 말이다. 단재 선생의 후학으로 무척 부끄럽다. 나는 지하의 단재 선생께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칠언의 대구를 바친다.

바람은 비탄을 날려 더욱 무심케 하고[風吹悲嘆又無心]
우암산엔 분노의 무지개 찬연하여라[牛岩燦然怒彩虹].
우리가 어찌 지하의 선생을 볼 면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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