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을 위한 변명
‘386’을 위한 변명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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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이상걸(본지 이사. 영상미디어단장)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이들이 다양한 분석과 원인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감히 이제는 40대가 되어버린 386세대의 자기모순,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가 그 원인이라 말하고 싶다. .....(중략)..... 자기울타리조차 제대로 건수하지 못한 이유는 스스로 너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수구세력처럼 권력과 풍요를 누리고 싶은 욕심은 커져가는 반면, 겉포장일지라도 20대에 꿈꿨던 이상은 남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386세대의 붕괴를 지켜보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라며 대학을 갓 졸업했음직한 새내기 시민단체 활동가가 쓴 글의 일부이다. 바늘에 찔린 듯 따끔하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초반 어느 세미나장에서 4.19의거의 의의와 한계를 토론하며 20년 전 4.19 당시 세대의 현실투항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뚜렷한데 이제 똑같이 80년대 운동세대도 후배세대들에 의해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구나라는 자괴감이 앞선다.

이상은 있으나 욕심도 있고

386이란 한마디로 8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한 세대를 말한다. 우리사회에 ‘386’이라는 약어가 등장한지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2000년 총선 전후해서 김민석, 송영길, 김영춘, 임종석, 원희룡 등 80년대 총학생회장 출신 등이 다수 제도권정치에 발을 딛으면서부터 라고 생각된다.

이들을 통칭해서 언론에서 ‘386정치인’이라는 상표를 갖다 붙였고 처음에는 새로운 정치주체들에 대한 기대심리가 많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2000년 5.18광주항쟁 20주기 전야제에 참가했던 일부 국회의원들의 소위 ‘386술판사건’이 터지면서부터 부정적 의미로도 많이 쓰이게 된다.

‘386’이 요즘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겹치면서 증폭되는 현상이다. 노무현 정권은 흔히 386정권으로 평가된다. 386들이 현정부의 권력핵심을 차지하는 등 그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불릴만하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은 정서적으로 ‘386’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런 노무현정권이 위기이다. 지지율이 IMF직후 김영삼 정권의 8%대 지지율보다 못한 5%대 지지율로 바닥을 기고 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급격한 퇴조는 386의 퇴조로 빗대어진다.

386 역동성은 여전히 변화의 힘

그들은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발전하는데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권력의 민주화 이후 나아가야 할 전망과 대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현 정부의 ‘386’들 역시 권력을 얻기는 했어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고 이는 국가경영에 대한 식견과 준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구기득권세력에 맞서던 저항과 파괴의 철학과 심리모드가 자신들에 대한 건전한 비판세력에게도 똑같이 작용하여 자만과 오기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지금은 성찰과 건설의 모드가 필요하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그러나 흔히 언론에서 이야기되는 ‘386’이 386세대의 전부로 비쳐지는 것은 바로 잡아져야 한다. 제도정치권안팎에 진출한 386이 다 합해야 20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보다 수백 배에 이르는 다수의 ‘386’들이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가정주부로, 전문직 종사자로 다양한 모습의 말없는 386들이 있다. 그들은 작은 월급을 나눠 개혁적 정치인의 후원금을 내기도 하고, 가끔 촛불집회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참석하기도 한다. 의사가 되어 큰 병원 마다하고 농촌 작은 병원에 자원 근무하는 모습도 있다.

한국역사에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받은 ‘386’, 그들의 정열과 역동성 때문에 향후 20년 정도는 그들이 한국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정권이 다시 수구기득권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기도 했던 그 386들은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는 시대의 중심에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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