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함성. 농민의 근심 5월정신으로 품자
노동자 함성. 농민의 근심 5월정신으로 품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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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21주 금남로 전야제/
해마다 이 날 이 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들어/
횃불 앞세우고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그날의 함성 구호 되살리며 한바탕 질펀한 굿판//

해마다 이날이면 금남로는 80년 5월로 부활한다.
5.18 전야제가 열린 17일 전남도청 앞. 스물한 해를 맞으면서 차 없는 금남로에 나온 민중의 분노는 살아 있었지만 여느 해와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에서 전야 축제가 진행됐다.

도청앞 분수대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우리는 안다. 이 노래가 그날의 넋을 기리고, 광주정신을 되살리는 5월 행사를 알리는 것이라는 걸.

때맞춰 광주역에서 열린 노동자 농민 학생 결의대회에 참석했던 1000여명이 횃불을 앞세우고 금남로에 들어선다. 아! 그날도 햇불시위가 있었다. 젊은 청년학생들의 광주정신이 활활 타오른다.

진행된 집체극 '5월의 길'은 80년 광주를 그대로 되살린다. 마른잎 다시 살아나듯 시민들은 그날의 함성과 구호를 함께 외쳤다.
터져 나오는 총소리, 낮게 깔린 헬기의 굉음, 선무방송, 군화발 소리 등에 가슴 조아리며 울분을 터뜨렸다. 시민군이 총칼과 곤봉에 짓밟힌 광주를 지켜내는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숙연함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광주는 이 땅에 민주와 인권의 도시로 자리매김한다.

이날 행사는 특히 광주가 안고 있는 오늘의 문제들을 극화해 눈길을 끌었다.노동과 인권의 문제인 동광주병원 사태를 비롯 노동자, 농민들의 암담한 현실들을 영상과 음악, 몸짓으로 표현해 '5월 광주정신'으로 이를 풀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물한해.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5월의 길'은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졌던 모든 이들의 상여길이자 통일의 길로 그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우리의 소원'과 '반갑습니다' 등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한바탕 굿판을 끝낸 시민들은 이어지는 대동한마당에서 흥겨운 뒷풀이를 하면서 2001년 5월을 맞고 있었다.

<5.18 전야제 이모저모>

남북정상과 함께 사진찍기
0...금남로 한빛은행 앞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손잡고 밝게 웃는 모습의 가로 6m 세로 3m의 대형 걸개그림이 설치돼 많은 시민들이 남북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분주.
이 걸개그림은 '6.15 남북 공동 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측이 설치한 것으로 통일 열기를 시민과 함께 나누기 위한 취지로 기획된 것인데 이날 기념촬영을 마친 김형호씨(46·광주시 서구 주월동)는 "두 정상과 함께 사진을 찍게 돼 영광"이라며 "통일이 빨리 와 진짜 두 사람과 사진한번 찍어봤으면 좋겠다"고 희망.

활빈단 일제불매운동 눈길
o...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에서 발족, 전국순회활동을 벌이고 있는 '활빈단 일본제품 불매운동본부' 회원들이 5·18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펴 눈길.
이색적인 부정부패추방운동을 전개하는 단체로 잘알려진 이들은 이날 "광주의 '광'자는 '빛 광'자입니다. 그만큼 광주 시민들은 빛나는 눈동자를 갖고 있습니다. 광주 민중항쟁 또한 그 눈빛으로 지켜냈습니다. 바로 그 눈빛이 필요합니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

일본노동단체 '고향의 봄' 갈채
o...이날 전야제에는 일본의 비폭력 평화인권 노동운동단체인 '우타고에협의회'(단장 다마다 수게오) 소속 회원 21명이 일본 민중가요 3곡에 이어 우리나라말로 가곡 '고향의 봄'을 열창해 금남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우리나라말로 '노래소리'라는 뜻의 이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야마다 히로키(39)씨는 "광주에는 단체 공연 등을 포함해 모두 7차례 방문했다"며 "광주는 5·18과 민주, 인권신장에 공헌한 도시로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광주 방문 소감을 피력.

대학신문·시민기자 취재경쟁
0...인터넷 시민기자까지 가세 사상유례없이 많은 취재기자들이 몰린 이날 전야제에는 멀리 강원대학교 영자신문사 수습기자들이 내려와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공보람씨(19·영어교육 1) 등 수습기자 4명과 기자 4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이들 취재단은 모두 똑같은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채 '5월 광주'의 열기를 수첩에 적어 내려가기에 여념없는 모습.
특히 이들은 전야제행사 가운데 광주역에서 민중대회를 마친 수천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와 버스를 앞세우고 손에 손에 횃불을 든 채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광주의 정신이 횃불처럼 타오르기를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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