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있는 정치인을 갈망하며
지조있는 정치인을 갈망하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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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신일섭(호남대학교 인문사회대 교수)
근래 정치권에서 ‘줄서기’란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줄서기라는 말 속에는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의미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바의 목적이나 이념, 정책방향이 애초부터 다르다면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것이다. 이해관계 속에서 뭉쳤다가 틀어져서 비정하게 헤어지는 냉정함.

일찍이 조지훈 시인은 자유당 말기 1960년 3월호 {새벽}지에 그 유명한 [지조론]이란 글을 발표했다.

“지조란 것은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먼저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고.

이승만 정권의 암담했던 권위주의 독재시절과 함께 오늘 다시 조지훈의 [지조론]이 되뇌이는 현실이다. 자유당 말기 부정부패와 권모술수, 야합으로 얼룩졌던 치욕의 시절 조지훈 시인은 지조 높은 선비의 정신으로 당시의 시대에 경종을 울렸던 것이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도 특히 정치권의 모습은 오히려 자유당 말기보다 더 심하게 타락한 것 같다.

요즘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그 추하고 타락한 모습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렵게 정권을 잡은 정당을 팽개치고 새로운 신당을 만들더니 그것도 자신들이 지켜내지 못하고 불과 2년 만에 스스로 파괴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예 말문이 막힌다. 백년 정당을 만들자고 외치던 열린 우리당은 “그 동안 행해온 자신들의 정치실험을 끝내자”고 하면서 간판을 내리고 있다. 침몰을 앞둔 타이타닉호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정치실험의 대상밖에 되지 않았단 말인가.

벌써부터 열린우리당의 발 빠른 지도부 몇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신당창당을 역설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 광주가 그들의 정치적 타깃이 되어 대학가나 여러 사회단체들에게 찾아가서 강연으로 혹은 좌담으로 호소하고 있다. 광주를 가장 만만하게 다루기 쉬운 곳으로 보고 그러는 것일까. 그들은 늘 상 광주를 자신의 정치적 고향으로 한껏 치켜세운다. 그러나 그들은 내심 광주를 그들의 놀잇감이자 호구로서 면죄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는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를 갈망한다.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까지도 떳떳하게 책임지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을 고대한다. 기쁨뿐만 아니라 슬픔까지도 함께 나누는 진정한 동지적 지도자 말이다. 지도자는 국민적 교사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명리만을 쫓고 국민에 대한 약속이나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그런 지조 없는 지도자를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 제발 사양한다. 우리는 지조 없는 변절의 지식인이나 지도자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살아왔다. 아직도 그러한 상흔을 완전하게 청산하지 못한 슬픈 역사이다.

“도도히 밀려오는 망국의 탁류 - 이 금력과 권력 사악 앞에 목숨으로 방파제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지조의 함성을 높이 외치라. 그 지성 앞에는 사나운 물결도 물러서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라고 외쳤던 조지훈 시인. 지조와 변절이 혼돈되는 이 시대. 지도자의 고민과 지식인의 고뇌를 되묻고 진정한 정치지도자를 갈망하면서 시대를 아파했던 선비들이 진실로 그리운 오늘의 세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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