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공공의 적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12.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소의 눈]곽규호 편집장
영화 ‘공공의 적’에서 경사 강철중 혹은 검사 강철중이 잡아들인 ‘공공의 적’은,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높은 소득을 올린 쿨한 외모로 부모를 죽인 사업가이고, 정치인과 결탁하는 자본가였다.

언론에 드러난 지금의 ‘공공의 적’은 한미FTA를 반대하면서 전국 13개 지역에서 집회했던 군중이다. 이들은 법을 어기고 기물을 파괴했으며 공공기관의 벽과 창을 깨뜨렸다. 당연히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적이다.

1980년 5월 대한민국 공공의 적은 불온한 북한의 지령과 지시로 움직였던 학생과 시민들이었다. 학생과 시민은 벽돌을 깨 경찰에게 던졌고 건물을 부셨다.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 공공의적(즉 광주의 학생과 시민)을 진압하기 위해 공수부대가 파견됐고 거기에서 공공의 적은 국가의 안녕을 위해 맞아야 했고, 죽어야 했으며, 그래서 광주는 전쟁터가 되어 싸워야 했다.

2006년 오늘 우리에게 ‘1980년 공공의 적’은 신군부와 그들에 추종했던 언론 및 지식인 계급, 그리고 권력 집단에 속한 정치인 그룹이다.

지난 달 22일 한미FTA협상에 반대하는 전국민 궐기대회에 참가한 일부 노동자, 농민은 정부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전국의 도청이나 시청에 분노의 돌팔매질을 날렸다.

그들은 왜 돌을 던졌을까. 자신이 찍은 한 표로 당선된 대통령이 자신의 목을 조이려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서민 다수의 표로 집권한 노무현대통령은 전국민의 삶을 식민지적 상태로 몰아넣을 게 명약관화한 무역자유화 협정을 미국과 맺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도대체 이처럼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협정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배경이 뭔지 묻지만 어느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노무현 정부를 그대로 뒀다간 한미FTA는 체결될 것이고, 나라꼴은 나라가 아닌 모양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한다.

내 자신과 내 자식, 그 자식의 자식들의 삶(삶의 질이라 하기엔 사치다)을 건 국가적 도박에 반대하는 한미 FTA 반대 총궐기 참가자들을 ‘이성을 잃은’ ‘폭력 시위’ 등의 표현으로 매도하는 일은 올바른 언론의 길은 아니다. 그것은 결과만 놓고 진실을 덮기 위한 권력의 전략에 놀아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집회에 참가한 20만여명 국민들의 요구는 어느 언론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본질은 바로 22일, 29일 집회의 목적 즉 ‘한미FTA 반대’이다. 그러나 언론과 정부 권력은 본질은 보여주지 않는다.

공공의 적은 누가 만드는가. 권력이다. 공공의 적을 누가 국민의 눈에 보여주는가. 미디어다. 방송이고, 신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공공의 적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상대의 진실과 주장은 외면한다.

한미FTA협상 반대를 외쳤던 국민들의 분노어린 돌팔매질은 폭력일까. 1980년 광주 시민들의 무장 항쟁은 폭력이었을까.

기실 폭력은 권력을 장악한 정부와 미디어가 행사하고 있다. 그들(정부)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비밀리에 한미FTA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언론)은 이런 정부의 불합리한 협상을 묵인한 채 그것을 까발리는 민중의 정당한 저항과정에서 나타난 폭력성만을 부각시켰다.

국민의 집회 및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도로교통법 등 하위 법률로 이를 억누르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권력행위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의 어디를 뒤져봐도 헌법이 보장한 권리, 헌법에 위배되는 정부의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익이 부합된 권력과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대건 어떤 형태이건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반대하는 폭력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권력의 그것이다. 우리가 반대하는 폭력은 권력에 붙어 진실을 덮었던 미디어의 그것이다. 한미FTA협정으로 대한민국의 정체를 곤란에 빠트리려 하는 정부이고, 이같은 본질을 외면하는 언론이다.

부모를 죽이고 정치권력과 결탁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영화 속의 ‘공공의 적’보다 먼저 척결돼야 할 진실한 ‘공공의 적’이 여기 있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