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바라는 마지막 기대
정부에 바라는 마지막 기대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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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곽규호 편집장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은 희망을 보았고, 노무현 후보는 거대 보수세력을 누르고 대통령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었다. 서민을 위하고, 개혁을 주창하는 젊은 후보 노무현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취임 이후 국민과의 대화, 일선 검사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권위주의를 탈각시키는 모습 등은 국민에게 신선감을 주었다.

집권 4년에 접어들면서 신선감은 사라지고 기대는 헛된 것이 되었으며 국민의 실망감은 깊어졌다.

무엇보다 한미FTA추진과정은 진보 개혁세력으로부터 광범위하게 비판받는 대목이다. 정부는 무역의존도 70%에 달하는 우리나라가 FTA를 외면하면 현상유지는커녕 퇴보하게 될 것이며, 한미FTA야말로 세계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돌파구라고 홍보한다. 세계가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질 수 있느냐고 한다.

한미FTA는 협상 개시 전부터 반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크린쿼터를 반으로 줄인 것을 비롯한 4대 선결조건 수용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문제점들 가운데 우려되는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기업(투자자)의 정부제소권이라 하겠다.

서민 위한다는 참여정부, 경제 사상의 실체

최근 전남 함평군과 전북 진안군이 향토 음식점의 식재료는 지역농산물을 우선 이용해야 하고 친환경 농산물 판매는 관내 생산물로 한정한다는 조례가 이행요건 부과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경고가 날아들었다.

만일 한미FTA가 미국 뜻대로 체결된다면 두 자치단체를 비롯해 전남도 등의 우리농산물을 제공하기로 한 조례는 제소대상이 되어 수십억 수백억원을 물어내야 한다. 이것이 정부 단위로 커지면 손해배상 액수는 천문학적 액수가 될 것이다. 이미 캐나다와 멕시코 등이 이런 규정으로 인해 10여 건 이상의 소송을 당했다.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의 제소에서 미국이나 미국 기업은 단 한 건도 패소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한미FTA는 계속되어야 하는가.

정부는 또 지난 16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을 위한 국가고용전략' 회의에서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 구축과 함께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개선을 위해 정책의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국가고용전략’을 결정했다.

‘유연한 노동시장’이라는 말랑말랑한 단어 속에는 잔인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사용자가 언제든지 고용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해야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말이다. 평생고용은커녕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근로자의 생존권은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꼴이 된다. 이것이 약자의 편에 서서 서민을 위하고 개혁하겠다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의 현 주소다.

이 정부는 또 광우병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보건의료인 1천여명이 밝힌 선언문에 따르면 “이미 영국, 독일, 폴란드 등에서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광우병이 수 건 발생했고 일본에서는 불과 21개월 된 송아지에서도 광우병 발생이 확인됐다”고 한다. 국민의 건강, 주권은 이미 팽개쳐지고 있다.

개혁 못하면 개악이라도 피해야

집권 초기 50%를 넘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이제 10%대까지 추락했다. 그가 만든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수 차례의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개혁하기로 하고, 서민을 지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와 당에 대해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다.

신자유주의에의 굴복, 농민과 서민의 생존권 위협, 노동유연성이란 유연한 이름 아래 숱하게 쓰러져갈 노동자들의 인권에는 눈을 돌리는 ‘참여정부’는 누구의 참여를 원하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노동유연성’이라는 단어를 모든 노동정책에서 삭제해야 한다. 이미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농촌을 살리는 길은 한미FTA에 있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한미FTA는 중단해야 한다. 개혁이 어렵다면 ‘개악’이라도 하지 말아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22일,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들이 총궐기 대회를 마련한다. 4년 전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더 이상의 위선은 참을 수 없다는 국민의 피눈물 나는 목소리가 전국에 울려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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