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의 신화는 계속되는가?
대마불사의 신화는 계속되는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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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홍광석(화순고등학교교사.소설가)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공언했지만 정부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마침내 11월 15일 정부는 재차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문제는 정부의 정책을 믿는 국민이 적다는 사실이다. 우선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은 이미 자신들의 자산을 최대한 확보한 시점이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든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부동산 대출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서민들에게는 이미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깨져 자기 집은 그림의 떡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말로는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하지만 부동산 재벌들을 규제할 의지도 없고 힘도 없는 듯하다. 과감하게 부동산 양도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축소하고 민간 아파트분양 가격을 규제하는 것이 투기를 억제하는 관건임에도 현재의 안정 기조를 해칠 수 있다는 명분으로 공급량만 늘리겠다는 대책만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부동산불패의 신화를 확인하는 것만 같아 씁쓸한 대목이다,

하기야 현재의 부동산 가격의 추락은 부동산 대출로 버티는 은행을 부실로 몰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출 금리의 인상은 서민 가계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부 언론들은 중산층(?)의 몰락이라고 하고, 투기꾼들의 우당(友黨)인 어떤 당에서는 정부의 정책 입안자를 바꾸라고 야단일 터이다.

또 건설업자들은 미분양이 늘어 도산할 것이라며 정부를 협박하고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도 국내 경기의 침체를 들먹이며 그렇잖아도 불안한 고용 구조를 건드릴 것이 뻔하니 대선을 앞둔 정부로서는 부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없을 것이고 또 부동산 대책을 거듭 발표한들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가 고용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나 기술개발에 선용된다면 오죽 좋으랴만 지금까지 역사로 봐서 기업의 선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은 남는 돈을 안전한 국내외의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는 길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불쌍한 국민들만 더 불쌍해지고 더욱 죽음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잖아도 하루에 3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률 세계 1위라는 한국이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 몰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열린우리당의 창당이 ‘정치 실험의 실패’라는 여당 인사의 말대로라면 지금 정부는 가난한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소수의 가진 자들의 나라가 아니다. 국난에 처했을 때 이름 없는 민초들의 눈물겨운 분투가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음을 아는 역사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정치인이라면 민초들의 고통과 분노를 똑바로 보고 차마 할복을 못한다면 손가락이라도 깨물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을 수 백 채씩 보유하고도 뻔뻔할 수 있는 나라, 정치를 과학 실험쯤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잡고 있는 나라, 정부가 하는 일이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보수를 가장한 기득권 집단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야당이 득세하는 기형적인 나라,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으며 자신들의 이익방어를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기업이 유능한 기업이라고 추앙받는 나라,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헤매는 나라, 이런 나라의 운명을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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