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고 실천하는 문화
참여하고 실천하는 문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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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김옥렬(전남대 언론홍보대학원 연구원)
자천타천 ‘예향’이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거창한 구호를 치켜들고 요란을 떨고 있는 광주 시민이고 보니 어딜 가면 문화 인프라나 콘텐츠 등을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문화가 뭔지도 모르고, 문화 전문가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지만 명색이 ‘문화수도’에 사는 시민이어서 그런가보다.

지난 해 10월 말 부산을 찾았을 때 일이다. 거기서 참으로 부럽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고 감탄하고 말았다.

부산에는 사단법인 ‘문화도시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가 있다. 지난 1999년에 생긴 시민참여형 문화도시 만들기 운동을 추진하는 단체로 지역의 문화예술인, 대학교수, 기업인,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이 만든 단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도시환경을 만들자’는 모토로 시민참여형 도시디자인운동, 풀뿌리 도시녹화운동, 도시문화탐험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운동으로 도시간판정비운동을 펼쳐 꽤 성과를 봤다. 최근 부산을 가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지금 부산의 도시간판은 매우 정비가 잘 돼 있는데 이들의 운동과 관련이 있단다.

사진으로 기록하기, 365년의 야심

그런데 이 단체가 ‘디카로 보는 부산, 10/30’이라는 기발한 프로젝트 (www.dicabusan.net)를 진행하고 있었다. 행사내용은 간단하다. 10월 30일 하루 동안 부산의 모든 일상을 시민들의 디카로 담아 기록으로 남기자는 프로젝트다. 그들의 포부도 놀라웠다. 매년 하루씩 골라 부산의 모습을 담는다는 것이다. 365년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평소 사진을 좋아하는 사진집단 사람들은 물론 일반시민까지 모두 1천여점의 사진이 접수됐다. 접수된 작품은 나중에 심사를 거쳐 선발한 후 책으로 출판하고 전시회도 가졌다. 우연히 그날 부산을 찾은 필자도 사진 몇 장을 제출하도록 권유받고 참가했으며 나중에 책도 받아봤다. 올해 두번째 행사를 지난 10일 치렀다. 이날은 부산 광안리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이어서 의미도 더했다.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발상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수도’가 맞니 틀리니, ‘공연장을 크게 지어야 하느니 마느니’하는 문제로 아옹다옹하는 사이 그 들은 풍부한 아이디어로 ‘실천하는 문화도시’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사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데, 지향점이 무엇인지, 거대공간들을 무엇으로 채우는지, ‘문화’를 누가 생산하고 누가 향유하는 것인지, 그리고 진정 그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많은 시민들이 아직도 뜨악해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외형에 신경쓰기보다는 생활 속에 함께하는 문화생산, 문화실천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부산은 민간차원에서 앞장서 그런 일이 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어디가 진정한 ‘문화도시’인지 궁금할 정도로.

시민이 함께 만들어야 문화도시

그걸 부러워하던 차에 우리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에서도 지역을 주제로 한 디지털사진 콘테스트를 시작했다. 매월 한 차례씩 하는데 이달이 세 번째란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취지에 비해 참여자가 너무 적어 한달에 겨우 30여 편의 사진만 응모되는 것이 안타깝다. 관 주도의 한계 때문인지 홍보부족인지 알 수 없지만 열기가 너무 적다.

이처럼 살아 숨쉬는 문화, 일상속의 문화, 가깝고 쉬운 문화, 내가 느끼고 이해하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기록하고 즐길 수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관 주도로 수백억 원씩 쏟아 붓는 것 못지않게 민간주도일 망정 모든 시민이 함께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적 현상들이 펼쳐지는 문화중심도시가 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예술가 일부, 관료들 일부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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