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맞은 극장가.."기다렸다, 추석!"
대목 맞은 극장가.."기다렸다, 추석!"
  • 안이슬 기자
  • 승인 2006.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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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전, 곧 개봉할 다른 영화의 예고편들이 스크린을 통해 펼쳐진다. 예고편 뒤에 어김없이 붙는 문구는 모두 “추석 대 개봉”. 한 관객이 중얼거린다. “영화도 추석이 대목이군.”

지난날 ‘명절’하면 당연히 푸짐한 음식과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 영화가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일 년에 한번 영화관을 찾을까 말까하는 이들이 지갑을 열 ‘대목’ 추석. 어떤 영화들이 이야기를 꺼내놓을까.

코믹 액션 멜로…볼거리 ‘풍성’

올해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추석을 겨냥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일자를 잡았다. 이 중 다른 영화들을 의식해 일주일전에 개봉한 [가문의부활](감독:정용기)은 일찌감치 관객몰이에 나섰다.

항상 평단의 외면을 받았지만 관객들에게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가문시리즈’. 이번 영화도 ‘적당히 웃고 즐길만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조폭을 ‘유쾌한 존재’로 탄생시킨 전작과는 달리 그들이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것. 2탄에서 검사며느리를 맞아들인 조폭가문이 손을 씻고 김치 사업에 뛰어들자, 검사며느리를 짝사랑한 이가 조폭이 되어 복수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 타짜. 개봉 첫 주 전국 500여개의 상영관을 잡았던 [가문의부활]은 ‘맞수’인 [타짜](감독:최동훈)를 만나 개봉관이 줄었다. 두 영화는 각각 420개, 410개의 상영관을 잡고 박빙의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시사회에서 영화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어낸 [타짜]는 ‘인기가 검증된 스토리’라는 메리트를 갖고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허영만의 동명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겨와 만화팬들의 기대까지 받고 있기 때문. 18세이상관람 등급과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등 호연을 기대할 수 있는 배우들과 ‘섹시한’ 예고편으로 예매율 1위에 올랐다. ▲ 라디오스타.
[왕의남자]로 빚을 다 갚을 줄은 몰랐다”던 이준익 감독의 빠른 후속작 [라디오스타]도 대열에 합류했다. 몰락한 가수왕이 강원도 영월에서 라디오DJ를 맡고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는 ‘우정’과 ‘휴먼스토리’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다. [왕의남자]로 한껏 오른 감독에 대한 기대치를 채우느냐 마느냐가 관건인 영화다.

이 밖에도 뮤지컬형식을 끌어온 [구미호가족](감독:이형곤), 코믹연기로 각광받는 김정은, 이범수 주연의 [잘살아보세]<감독:안진우) 등도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뻔한 인기영화 싫다면 예술영화관으로

한국 영화의 홍수 속에서 틈새를 노린 외화도 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는 [야연]과 명절 때마다 찾아오는 성룡 주연의 [BB프로젝트]가 그것.

[야연](감독:펑샤오강)은 절대 권력을 향한 계략과 음모로 휩싸인 황궁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려한 영상미에 무협, 멜로를 버무린 영화는 영화제의 높은 평가를 등에 업고 상영중이다.

얼떨결에 백만장자의 아이를 유괴했다가 다시 돌려주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BB프로젝트](감독:진목승.12세관람가)는 명절 단골손님 성룡을 기다린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추석영화의 바람이 불기 전에 개봉해 아직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감독:송해성)도 빼놓을 수 없다. [파이란]으로 절절한 감동을 주었던 송해성 감독이 이나영, 강동원 두 배우와 함께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들의…]는 최근 개봉한 영화들과의 ‘예매율 대결’에서도 뒤지지 않아 흥행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인 것’이 싫다면 예술영화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예술영화관으로 지정된 광주극장에서 추석연휴동안 특별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상영중인 영화는 1994년 르완다 내전에서 1천여명의 난민을 대량학살로부터 구해낸 폴 루세사바지나의 실화영화 [호텔르완다](감독:테리조지), [메종 드 히미코]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오다기리 죠 주연 [유레루](감독:니시카와미와), 12년만에 돌아온 아버지와의 여행을 담은 2003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리턴](감독: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등 이다.

밖에 나가는 것도,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것도 싫다면 공중파방송에서 [추석특선영화]들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미 재탕, 삼탕한 영화들일 것이 뻔하다고? 성급한 결론이다. 미리 편성표를 접한 네티즌들은 올해 추석안방영화들을 ‘대박’이라 칭했다.

흥행으로 검증된 [왕의남자] [말아톤] [너는 내운명] [킹콩] [친절한 금자씨] [쿵푸허슬] [투사부일체] [가문의위기] [웰컴투동막골]부터 너무 빨리 간판을 내려 관객을 제대로 만날 시간이 없었던 [태풍태양] [돌려차기] [신화] [6월의 일기] [사랑해 말순씨] [구세주] 등 제목을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안방도 좋다"

웹툰 ‘올드독의 영화노트’ 한 편에 나왔던 외계인은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과 자외선을 뚫고 일정한 장소로 꾸역꾸역 이동한 다음 대기표를 뽑고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벨소리에 맞춰 신속하게 돈을 지불한 후 컴컴하고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아주 좁은 좌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재미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은 영상물을 두 시간 동안 관람하는 상품.”

보지 않은 영화는 결론을 확신할 수 없어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기에 더 매력적인 것이 영화다.

긴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라면 영화를 친구로 사귀어보는 것은 어떨까. 운이 좋다면 두고두고 볼 ‘명작’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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