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공학의 함정
흥행공학의 함정
  • 이상걸
  • 승인 200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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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이상걸 시민의소리 이사
여당의 지지도는 아직도 추락중인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9%로 한나라당 35%에 네 배나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선거참패 이후 잔뜩 몸을 낮춘 채 민심회복에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다. '뉴딜과 사회대타협'이라는 처방을 내놓는가 하면, '2030 복지국가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그래봤자 백약이 무효이다.

현재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자면 여당의 반등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의 여당 반대심리는 이제 미움을 넘어 아예 관심조차 없는 무관심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 권력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묘책개발에 골몰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싸움판 한판 뒤집기

그래서 준비되고 있는 것이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제도의 도입이다. 완전국민경선으로 운동장을 키워놓고 외부에서도 선수들을 불러들여 큰판을 만들자는 것이다. 노풍을 일으킨 2002년의 국민경선제가 50% 국민개방형이었다면 이번에는 100% 완전개방형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지하철역등 교통요지에 컴퓨터 2500여대를 배치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터치스크린방식으로 조작의 수월성을 가미하면 국민 500만 명이상이 참여하는 선거축제판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제도의 현실적합성은 제쳐두고 성공가능성이 불확실한 도박이 아닌가 싶다. 노대통령 지지율이 14%수준으로 하락해 있다고 하니 국민들은 최소한 그가 주도하는 정치행위에 기대하거나 주목할 리가 없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노대통령과 여권은 아직도 흥행공학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 같다. 2002년 예비경선과 연말대선에서의 대역전극과 2004년 탄핵역풍을 통해 대박이벤트의 단맛을 톡톡히 본 터라 국면타개를 위해 늘 그런 식의 역발상 전략을 구사하려한다. 작년의 대연정파동과 최근 한미FTA 밀어붙이기도 그 짜릿한 대박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어서 가능하지 않나 싶다. 여권은 지금 성찰과 반성의 철학이 결여된 채 이벤트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더구나 걱정되는 것은 오픈프라이머리가 당면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략적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선거제도인 오픈프라이머리는 미국대통령 선거방식이 국민의 선거인단선출에 의한 간선제의 틀이기 때문에 부족한 국민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해 낸 제도이다. 반면에 우리는 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얻어낸 전 국민의 참여에 의한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국민개방형경선은 그다지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

차분한 신뢰회복이 우선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제도는 우리 실정에서 엄청난 금권정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각 정당들이 과거 제왕적 총재에 의한 공천권의 독점을 반대하고 공직후보선출권을 국민에게 준다는 정치개혁적 차원에서 소위 예비선거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기간당원제나 진성당원제 같은 당내민주적 제도의 확장을 바탕으로 이를 시행해 왔지만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 정치행태는 전통적으로 동원형 정치에 익숙하고 현실정치인들이 이 점에 있어 발군의 실력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터라 각종 예비선거는 지분을 가진 중간투자자들의 표의 거래를 거쳐 결국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정치로 전락하고 말았지 않는가?

더군다나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는 정치자금의 무제한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엄청난 돈을 거두고 쓰는 것이 미국의 선거문화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의 요체는 돈을 많이 쓰는 선거문화를 타파하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이를 조장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제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가? 이럴 때일수록 정책적 진정성을 높여서 한발 한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가는 것이 지지율 반등의 지름길이지 않을까?

/이상걸 시민의소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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