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가야할 길은?
열린우리당이 가야할 길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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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홍광석 소설가 화순고등학교교사
한·미FTA를 강행하려는 정부에 반발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표면화되자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소속의원들에 대하여 경고하고 나섰다. 감히 대통령의 지도력에 도전하는 발칙한(?) 의원들을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던 지도부의 고뇌를 이해한다. 그렇지만 과연 지도부의 경고가 적합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수의 국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미FTA는 당리당략의 문제일 수 없다. 잘못되었을 경우 우리 민족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음에도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먼저 헤아려 처신하는 것 같아 민망하다.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정치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에 당선된 국회의원이 많은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대통령에게 할 말을 못하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지난 2년간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처신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기 때문이다.

노령화, 실업율의 상승, 출산율의 감소, 범죄의 증가, 자살과 이혼의 증가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대통령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노동자를 탄압하고, 민주 시민단체의 주장을 외면했음에도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해서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고, 또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 국민의 불신을 샀던 청와대 인사에 대해 일부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한통속인 양 대통령을 두둔하다가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다.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이 하는 일에 박수나 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정부와 의회의 매개 역할을 하면서 국민의 여론을 대변해주고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기보다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도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였고, 국민들이 반대를 무릅쓰고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자이툰 부대의 파병에 동의해주었으며, 정부의 비밀스러운 전략적 유연성의 합의에도 눈을 감고 말았다.

그리고 도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후에도 대통령은 무엇을 잘못한 줄조차 모르고,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일부 공직자들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어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하긴, 한·미FTA의 사전 양허사항이나 전반적인 내용에서도 청와대와 정책의 사전조율을 못하는, 한마디로 청와대로부터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에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는지 모른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몇 사람 입각시켜 대권 후보를 위한 경력 쌓기에 도움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여당 대접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대통령의 말실수와 인사 실책의 허물까지 감싸다보니 결국 대통령과 함께 "동반 추락"한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밟고 갈 형편도 아니고 또 그렇게 일을 저지를 당내 인사들도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딜레마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의 지도부는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말했지만 현 상태에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청와대주변에서 어정거린 사람들까지도 단죄해야한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높은데도 여전히 청와대의 눈치나 살피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심하게 여기지 않을 국민이 있을 것인가! 벌써 일부 야당인사들이 대권 행보를 시작했음에도 아직 변변한 후보조차 거론하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안타깝다!

/홍광석 소설가 화순고등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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