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빅뱅과 퍼블릭액세스
미디어빅뱅과 퍼블릭액세스
  • 이상걸
  • 승인 2006.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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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 이상걸 시민의소리 이사
미디어 빅뱅(Big Bang)이 일어나고 있다. 꽃과 벌의 모습을 직접 실물로 보는 것보다 정밀하게 잡아내는 고화질 TV가 선보인 것이 엊그제인데, 미디어융합이 성행하여 DMB(모바일TV)가 공중파도 부럽지 않게 기술력을 신장시키고 있다. 미디어분야는 자고나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올 정도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미디어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루라도 미디어를 떠나 살기 힘든 실정이다.

뭐니 뭐니 해도 미디어환경의 빠른 변화의 주요 동력은 인터넷의 보급과 확산이다. 인터넷이용인구가 현재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이용인구의 59%가 인터넷방송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어느 곳을 다녀 봐도 한국만큼 인터넷기반이 잘되어 있는 곳이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최고급호텔에도 없는 인터넷이 한국에서는 모텔수준에서도 웬만하면 준비되어 있다. 세계가 미디어의 선진국으로 한국을 꼽고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과 뉴미디어시대에 미디어소비자의 개념은 더 이상 수용자(Reciver)가 아니라 이용자(User)로서 적극적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은 쌍방향성이지 않는가? 자연스럽게 단순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생산자로서로서도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미디어환경의 변화는 퍼블릭액세스의 비약적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퍼블릭액세스는 시청자 및 독자의 주권회복운동 차원이다. 방송의 시청자와 신문의 독자는 거대화된 매스컴 권력에 짓눌린 채, 그들이 보여주는 대로 만들어준 대로 비판의식이 마비된 단순 객체의 지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시청료와 구독료를 부담하고 있고, 상품의 최종소비자로서 광고료의 실질적인 부담자들이다. 따라서 시청자와 독자들이 전파와 기사의 실제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하자는 것이 퍼블릭액세스의 이론적 근거이다.

우리나라에서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시도는 90년대 초반부터 부분적이나마 그 단초가 시작되었으며 2000년 통합방송법에서 액세스 방송 도입 관련 조항이 포함됨으로써 본격화 되었다. 현재 이와관련 시청자단체, 영상제작단체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KBS 열린채널이나 위성방송(RTV), 케이블TV 지역방송채널과 소풀력라디오 등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퍼블릭액세스 제도가 시민사회단체들의 광범위한 참여 속에 영상제작운동을 일으켰던 것과는 달리 우리의 시민사회는 이에 둔감한 상황에서 액세스운동을 주도할 주체가 빈약한 실정이다.

액세스프로그램이 사회의 진보적인 목소리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서 주류미디어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이를 극복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고 할 때, 영화나 다큐멘타리의 독립제작자들과 소위 인디저널리스트들의 다양한 조직화가 필요하며 이러한 미디어운동에 시민사회단체가 나설 필요가 절실하다. 독립제작자와 미디어 창조자들을 뒷받침하고 묶어세울 미디어운동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독자적으로도 좋고, 또는 연대기구를 만들어서 함께해도 좋고, 미디어운동 캠페인을 펼치자. 각각의 시민사회단체의 관점과 독특한 업무내용으로부터 미디어 교육 및 시민사회운동과 연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회원들에게 참여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미디어교육은 컴퓨터나 인터넷 활용능력교육(ICT)등 기능교육에 머물러 있어 컨텐츠교육이 부족하다. 콘텐츠에서 전문성과 현장성을 갖춘 시민사회단체의 노하우가 결합하면 미디어교육이 보다 내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전국 각지에서 미디어센터가 건립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원에 근거해서 디지털 기자재를 갖추고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편집실, 미디어 교육 공간 및 세미나 룸 등을 갖춘 시설들이다. 미디어센터는 단지 공간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미디어운동의 중심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기반확충과 영상운동주체역량의 배양에 나서야 한다.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게 퍼블릭액세스의 지역모델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심화시키는 것은 뉴미디어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역미디어센터는 퍼블릭액세스의 작업실이고 미디어교육의 산실이며 참여민주주의의 요람이어야 한다.

/이상걸 시민의소리 이사, 한국인디저널리스트협회 광주전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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