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립대학들 개정 사립학교법 '홀대'
지역 사립대학들 개정 사립학교법 '홀대'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6.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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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개정 '눈치 보기'…정치권 재개정 움직임도 한 몫
개방형 이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정 사립학교법(사학법)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사학법인들이 정치권의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을 틈타 정관개정에 극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운영에 획기적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 개정 사학법이, 시행과 더불어 철저히 홀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8월말 현재 개정 사학법에 따라 정관을 변경, 인가를 받은 대학은 건국대 등 6곳에 불과하고, 정관변경을 신청 중인 대학도 1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관변경 작업이 더디기는 고등학교 사학재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28개 광주지역 사립법인(고등학교)중 정관개정을 마친 곳은 유은학원과 우성학원에 불과하고, 동명학원이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교육청의 경우도, 도내 37개 사학재단 중 4~5곳이 신청을 준비 중이고 나머지는 정관 개정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정관개정안을 마련하려면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야 하고, 일련의 절차를 거쳐 이사회 의결을 마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의 경우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돼야 하는데, 평의원회 구성 절차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광주전남지역 대학법인 중에서도 개정 사학법에 맞춰 정관을 변경한 곳은 한 곳도 없는 상태다. 다만 개정 사학법의 주요 내용인 '대학평의회'의 기능을 일부 운영중인 조선대('대학자치운영협의회')만이 일부 정관 개정에 필요한 실무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조선대 한 관계자는 "오는 15일경 기획 실무자 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며 "빠르면 9월중 이사회에서 안건을 다룰 예정이지만,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광주대, 호남대, 광주여대, 동신대의 경우, '준비 중'이라는 원론적 의미의 입장만을 내 놓을 뿐 사실상 개정 움직임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게 개정 사학법이 홀대 받고 있는 이유는 개정 사학법이 담고 있는 파급력 때문이다. 개정 사학법은 1/4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의무한 데다, 친인척 이사수도 1/4로 엄격한 제한을 뒀다. 특히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해 개정 사학법은 일부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던 학교운영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학단체들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개정 사학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사학들과 연계해 불복종 운동을 펼치며 연일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의 오락가락 행보도 정관개정을 미적거리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국회가 몇 달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열린우리당에 사학법 양보를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을 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과 연계시키겠다는 완강한 입장에서, 최근 여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재개정 움직임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상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학법 준수를 촉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며 "검토만 하고 있지, 사실상 정관을 개정하려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도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식이지 적극적으로 강제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대학들이 대충 언제까지 하겠다고 계획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선 정치권의 재개정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혀 상반된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추진 상황 등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학들의 반발을 감안해 아직 정관 변경 지연에 따른 제제 조치 등을 내 놓고 있지 못한 상태여서 이 역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개정 사학법 무엇을 담고 있나?
사학운영 일대 변화 불가피…재개정 움직임 완강

개정 사학법의 주요골격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대학평의원회 구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학재단은 이사 정수의 1/4을 공익이사 형태의 개방형 이사를 두도록 했으며,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 등의 추천을 거치도록 했다. 일부 사학법인들이 학교를 마치 사유재산처럼 취급해 오던 관행에 일대 쐐기가 될 전망이다.

'대학평의회원회'(또는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이 의무화 돼 학교 운영에 있어서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평의원회 권한을 보면 그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평의원회는 ▲대학의 발전계획 ▲학칙 제?개정 ▲교육과정 운영 ▲개방이사 및 감사 추천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주요사항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이사회 다음가는 권한이 평의원회에 주어진 셈이다.

평의원회 구성은 교원, 직원, 학생 등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대학교가 88년 이후 대학 자문기구 형태로 운영해 오고 있는 '대학자치운영협의회'가 모델이 됐다는 평가다. 초·중·고에 시행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에도 도입되는 한편, 그 권한이 한층 강화된 셈.

그 외에도 내용들도 과거와는 학교운영상의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일부 족벌식 학교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친인척 이사수를 1/4로 제한하는 한편,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 임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학교 재산을 횡령하거나 학교운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중대 비리에 대해서는 계고기간 없이 임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재정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예?결산을 공개토록 했으며, 이사회 회의록도 공개해야 한다. 또한 사립고교 이하 교원 채용시 공개전형을 의무화 했다.

조선대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사학재단들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학교운영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법이 시행된 지 2달여가 지났지만, 일선 사학의 변화는 미미한 상태다. 최근 일부 대학들이 임원명단이나 예?결산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정도로 사학법을 수용하고 있지만, 호남대의 경우 예결산은 물론 임원명단마저 게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대학평의회' 구성은 더욱 험로가 예상된다. 교원, 직원, 학생 등의 구성단위 대표들이 평의원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평의회 간판조차 내걸지 못하는 대학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편, 전교조 전남지부는 지난 7월 10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염원을 담고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며 "전남교육청은 개정 사학법에 따라 당연히 정관을 변경하도록 지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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