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비리, “실체적 진실을 밝혀라”
교육계 비리, “실체적 진실을 밝혀라”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6.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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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장 해임조치에 “누가 무능한가 질타 줄이어
   
▲ 광주 모 중학교에서 벌어진 교구납품 비리 파문이 교육계 전반의 리베이트 관행을 드러낸 데로까지 조사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민의소리 자료사진
광주시내 신설학교 납품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 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리베이트 상납설’이 교육계 내부에서 터져 나오면서 그 ‘실체적 진실’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문제가 커지자 해당학교 박 모(59) 교장과 윤 모(51) 행정실장을 각각 ‘직무능력 부족’과 ‘금품수수가 인정 된다’는 이유로 지난달 29일 직위해제했다.

경찰의 조사가 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의 직위해제 조치는 교육청이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광산구 신가중학교 김선호 교장은 시교육청 홈페에지에 올린 글에서 “학교관련 부패 고리의 구조적 모순을 처음으로 밝혀낸 박 교장에게 상을 못 줄망정 직위해제가 왠말인갚라고 시교육청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히려 지난해 신설학교 20여 곳의 감사를 수행하고도 아무런 행정적 조치나 재발방지책을 내놓지 못한 교육청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신설학교 납품 비리 백태

“곪고 곯았던 환부가 터졌다고 보면 된다. 교육청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전남 서남부 출신간부들을 로비대상으로 삼아 약 10여개 업체가 교구납품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납품업자 A씨가 들려준 교구납품의 현 주소다.

업체들은 동향 선후배, 친인척 등 학연, 지연을 빌미삼아 납품금액의 15%에서 많게는 20%를 리베이트로 건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공장이 없어 소위 ‘가방업체’라 불리는 몇몇 업체들도 로비만으로 수의계약을 따내는 ‘진기한 일’도 벌어졌다.

리베이트 상납은 곧바로 가격 부풀리기로 이어진다.

S중학교의 사례에서도 그랬지만 같은 규격의 제품임에도 시중가의 2배는 기본. 해당 학교 교사들이 직접 소위원회를 구성해 정밀실사를 벌인 결과 같은 신설학교인 북구 ㅈ중에서는 최대 7배까지 부풀려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교구납품 비리가 전부 아니다

이번 교구납품 비리의혹은 S중학교 교장의 업무일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지만 그 간 교육계 내부의 잘못된 관행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상징적 사건’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오랜 기간 정착된 비리의 고리가 그렇게 쉽게 파헤쳐 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전남의 한 지자체에서 교육청 공사를 했던 한 건설업자는 “공사금액의 10%가 리베이트로 건네지지 않으면 결제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교육장이 5%, 나머지 5%는 시설계와 경리계가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광주 교육계가 한창 시끄러운데 조심하는 기색은 없냐는 질문에 “워낙 묵은 관행이라 업자도 당연히 줘야 하는 걸로 알고 교육청도 받는 걸당연시 생각한다”면서 “일부 양심적인 공무원은 다시 돌려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별 의식 없이 돈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검은 카르텔’이 가능한 이유는 로비의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며 조직 보호생리가 강한 교육계의 특성에 기인한다. 혹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더라도 로비 대상자들을 발설하지만 않으면 더 큰 ‘보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교육계 스스로 정화 계기 삼아야

수의계약을 위한 ‘꼼수’도 가지가지. 한 납품업자의 말에 따르면, 수의계약을 위해서 조달청에 물품 요구일수를 촉박하게 해 서류를 제출한다든지, 조달청 저장품 목록에 없는 제품을 고르는 방법 등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는 많다는 것.

큰 금액을 작은 금액으로 여러 개로 나누는 방법은 이미 고전적인 수법이고, 가구조합을 통한 수의계약 역시 로비업체에게 ‘꼬리표’가 달려 내려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광주전남교육연대, 광주YMCA 등 시민단체는 이번 일과 관련해 교육부, 감사원 감사를 일제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교육청이 학교 측과 납품업체 간의 유착관계를 단 한 건도 밝혀내지 못하는 이상 더 이상 감사기능을 신뢰할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또 리베이트 수뢰의혹 외에도 윤영월 서부 교육장 등 교육청 주요간부들의 인사 청탁의혹, 교육감 선거 관련 음모론 등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능부정 사건과 시교육청 3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교육계 내부는 물론 학부모, 시민단체 등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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