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개혁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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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곽규호 취재부장
"민주개혁 세력이 지난 10년간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뤄냈을지 모르겠으나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무능했다고 생각한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무능한 민주세력이란 말도 서슴지 않았다. 경실련, 전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뱉은, '자기반성'이 담긴 말로 해석된다.

그의 발언에 정치적 배경이 깔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일이다. 대통령과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던 그였다. 5?31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동영 전 의장의 빈 자리를 잇고 있는 대행체제다. 당원들 사이에는 선거를 거치지 않은 당의장인 그가 얼마나 큰 영향력과 지도력으로 당을 이끌겠는가 회의적 시각도 팽배하다.

오늘 이 상황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2004년 탄핵열풍 속에 거대 여당으로 등장한 열린우리당의 당면과제는 4대 개혁법안의 통과였다. 보안법 개정을 비롯해 사학법, 과거사법, 언론관계법 등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탱해온 구조를 뒤흔들어 개혁하기 위한 법안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당은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선물한 국민의 바람을 힘으로 싣지 못하고 말았다. 집권 말기인 지금까지도 국가보안법은 손대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개혁하자던 그들이 개혁을 안하니 국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잇따른 보궐선거들과 최근의 지방선거까지 출전한 싸움마다 패배했다. 보수세력의 이념과 색깔 공격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김근태 의장이 그동안의 패배와 국민지지 하락의 원인을 스스로의 무능에서 찾으려 한다는 점은 일견 수긍이 가지만, 그것을 개혁세력 전체로 일반화하는 데는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기억에도 새로운 경제계의 비리들은 제대로 해결된 것들이 별로 없다. 삼성의 탈법적인 에버랜드 주식 양여와 이상호 기자의 경악할 만한 도청 X 파일의 진실은 왜 끝까지 파헤치지 못할까. 미국의 투기회사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했다 다시 거액에 되팔려는 일도 국민들은 의혹의 눈으로 보고 있다.

사회 곳곳에는 과거 관행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현실을 목도한다. 로비스트에 의해 판결이 뒤바뀌고 법관이 구속되는 현실에서 법의 정의 실현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몇몇 재벌대기업으로 부의 편중, 소득양극화는 끝없이 커져 간다.

시장 기능의 회복을 외치지만 거대재벌들의 반시장적 이윤추구와 비자금 조성등의 어두운 관행은 여전하다. 성장주의자, 개발론자들의 개혁피로증후군이란 언어적 공격으로 경제정책은 후퇴하기 일쑤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노동자들의 시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으로 일관, 시위 중의 노동자 사망 소식이 매년 끊이지 않는다. 조변석개로 이어져온 부동산 정책은 부유층도 서민도 끌어들이지 못했다. 우리당은 지방선거 후보들을 대거 전략 공천, 참여정부의 3대 기치 중 하나인 분권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다시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내에서는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이유를 경제가 어려워진 데서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남아있는 지지세력의 끌텅마저 놓치는 악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대통령 탄생의 배경에는 개혁을 바라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러나 개혁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이 등을 돌렸다. "국민이 기대했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참여정부)위기의 원인"이라는 박원순씨의 지적은 적절해 보인다.

며칠 전 신영복 교수의 퇴임식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콘서트 형식의 퇴임식. 신영복 교수는 감옥에서 '처음처럼' 시와 글씨로 진보세력의 흔들리는 방향을 잡아준 인물이다. 개혁을 내세우고 집권했으니 '처음처럼' 다시 개혁으로 끝을 내야 한다. 개혁은 끝나지 않을 영원한 싸움이다.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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