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지방의 미래다
대학이 지방의 미래다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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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곽규호 취재부장
광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경제는 침체돼 있고, 미래 비전은 희미하다고 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광주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가 급변할 것이 자명하고 보면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보다 깊은 연구와 성찰이 있어야할 텐데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들 아우성이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한 시장후보들이 공히 경제시장을 자임하고 나선 걸 봐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장 후보들(70% 가까운)이 경제단체장을 내걸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경제문제는 광주나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커다란 몸살이라는 것이다. 경제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해결될 것이었다면 진작 정부가 나서서 활성화시켜놨을 일 아닌가.

뭔가 지역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에 근거한 전망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광주는 앞으로 뭘로 먹고 살아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문화중심도시를 가리켜 '문화로 밥 먹고 살게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지만 시민들은 이 말에 콧방귀도 안 뀌는 듯하다. 도대체 20년간 겨우 2조원 투자하는 국책사업으로 150만 인구를 먹여살릴 거란 가정이 가능하냐는 거다. 그렇다고 비판과 비난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그것이 아니면 다른 무엇이란 말인가.

전라도가 지금 왜 이렇게 못살게 됐느냐고 물으면 40년 차별대우 때문이라고들 한다. 영남에 비해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핑계다. 사실 전라도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차별을 받아왔는지는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하지만 과연, 전라도가 힘들게 살게 된 원인을 밖에서만 찾아야 할까.

언젠가 한 지식인의 한탄을 들은 적이 있다. 지식인들의 책임 방기에 한 원인이 있단다. 광주에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대학만 2 곳이 있다. 지방 사학이 그 하나고, 국립대가 그 하나다. 양 대학 교수진만 기천명이다. 거기에 국립으로 운영되는 과학기술원까지 세워져있다.

교육 환경으로만 본다면 광주는 부족할 게 없다. 여러 면을 살펴보니 그의 지적이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짧게 말해 지역사회 발전에 대학의 역할이 지대한데 과연 전라도의 대학들이 50년 역사를 넘겨 오면서 제 역할을 해왔는가 하는 질문이다. 아무리 정권 차원의 차별이 진행돼 왔더라도 지역 비전에 대한 대학의 연구와 실재가 이를 문제화하고 실천해나가지 않은 탓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식인 사회의 책임과 연결된다.

지역의 미래는 지역민 공통의 관심과 이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공무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사회의 축적된 역량과 학문적 연구 역량이 결합될 때 가치를 발할 수 있다. 그렇기에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극한 경쟁시대를 맞은 대학은 지금 학문연구보다는 취업률과 경쟁력이라는 두 개의 단어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대학의 홍보물은 절반이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취업률이 낮으면 입학 지원자가 줄기 때문에 대학들은 할 수 없이 취업률 높이기에 안간힘이다. 대학은 상아탑으로 불리기보다는 상업화의 첨병으로 불려야 옳을지 모른다. 이런 대학들이 어떻게 인문학적 철학적 관점에 근거한 실질적 지역발전의 틀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할 것인가.

공무원 사회에서는 용역교수란 용어가 가끔 들린다. 관공서의 용역을 전문적으로 맡아 돈벌이에 나서는 교수들을 꼬집는 말이다. 외지인 출신의 한 대학교수는 지역사회에 학문적 신디케이트 같은 것이 조성돼 공공기관의 용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푸념한다. 이같은 이기적 담합이 지역발전에 얼마나 저해 되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용역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대학의 자세도 고쳐져야 한다. 교수들의 연구가 얼마나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 본연의 위치, 학문연구의 전당이요 미래 지식의 전달자로서의 위치를 되찾아야 한다.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 나라가 산다. 대학이 발전해야 지방이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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