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저 중아 게 서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손으로 흰 구름 가리키고 말 아니코 간다
* 때는? 물 아래 그림자 질 때.
곳은? 다리 위.
등장인물은? 중+중을 불러 세워 묻는 사람 이렇게 2인.
사건은? 다리 위를 표표히 걸어가는 스님과, 시술자(물 아래 그림자 진 것을 보고, 중이 가는 것을 보고 게 세우는 어떤 ‘나’) 사이의 선문답.
시술자: (다리 위를 지나는 중을 향하여 소리를 높여 부르며) “어이, 게 잠깐 섰거라.”
중: (다리 위를 지나다가 잠시 멈춘다.)
시술자: (숨을 진정시키며 묻는다.) “날도 저물어 가는데 대체 가는 곳이 어디오?”
중: (손가락으로 구름 자욱한 깊은 산중을 가리킨다.) ……
‘불립문자(不立文字)’이다. 일종의 선문답 같다. 스님의 비언어적 표현(손짓)은 솔직히 ‘말’을 넘어서 있다. 사유의 영역을 향하고 있다.(생각해 보면 시도 언어를 넘어서 있는, 사유의 영역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조를 읽으면서 생각난 우리말은 ‘가만가만’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만가만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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