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티의 매니페스토
촌티의 매니페스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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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조재호 자유기고가
곧 있을 월드컵 경기에서 내가 바라는 것 하나. 부정적인 용어로 진술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제발 '촌티'를 버렸으면!!!

루니처럼 살벌하게 뛰어주라. 그리고 호나우딩요처럼 근사하게 달려 이겨라. 하지만, 제발 걸리지도 않았는데 자빠지거나, 상대를 걷어차는 비신사적인 반칙을 하지마라! 이기려고 뭔짓이건 다 하는 모습. 그건 참 촌티 나는 짓이다. 이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주류 언론들이 계속 울려대듯, 4강 '신화'까지 만든 "대한민국" 아닌가? 자존심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진리가 밥 먹여주나, 먹고만 살자

물론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우리 사회의 촌티는 역사적, 사회적 뿌리가 깊어, 축구게임에서만 그를 없애자는 것도 무다.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하겠다는 사람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버리는 윤리적 차원에서 평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적가치 차원에서 그들은 혐오스럽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돈 놓고 돈 먹기'사회 속에서 명품으로, 의학적 기술로 그 외양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안에 들어있는 촌티는 바꾸기가 무척 힘들다. 촌티는 루이뷔똥이나 성형수술로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로 말미암아 촌티가 돋보인다. 촌티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속에 남들 200년 이상 걸린 자본주의를 30년 만에 완성했다. 그것을 주도한 독재자의 선글라스를 생각한다.

새까만 얼굴에 비쩍 마른 몸, 일본군관학교 출신의 눈매에서 흐르는 절절 넘치는 촌티. 그 촌티는 실은 '잘살아보세'라는 '거지근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물론 그는 여자 끼고 씨바스리갈 마시다가 부하한테 총 맞았지만, 거지왕초라고 해봤자 거지 아닌가?)

지방일수록 더 '촌티'가 심하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서울중심공화국 속에서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은 더 치열하게 '생존'문제에 집착한다. "먹고사는 것"외에는 모두 쓸데없는 짓이다. 어떤 대학 총장은 "대학의 진리도 중요하지만, 밥을 먹고 살려면 토익하고 컴퓨터 실력이 필요합니다. 서울과 우리는 다르죠"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 총장, 참 솔직하다. '진리가 밥먹여 주냐, 진짜 먹고 살아야지'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생각이다. 노골적인 '촌티'의 '매니페스토'다.

영표, 지성 근사한 경기해달라

지방선거 결과가 나왔다. 여당의 참패다. 그리고 극우정당의 싹쓸이란다. 이지역도 도대체 '세련미'나 '개성'과는 거리가 먼 정당이 싹쓸이 한다. 그들의 '촌티'나는 얼굴들을 사년동안 봐야 한다니 벌써 한숨이 나온다.
아이고, 두야! 물론 우리 선조들은 "고놈이 고놈이다"라는 아주 명언을 준비하셨으니 여당의 무능한 촌티보다 더 할 촌티도 견딜 수 있겠지?

다시 월드컵. 제발 최소한의 '인간적'품위를 지키면서 경기해주었으면 한다. 그대들은 태극'전사'가 아니라, 그저 '국가대표'선수일 뿐이다. 열심히 뛰고 활기찬 경기를 해주면 된다.

승리하면 좋겠지만, 패배도 괜찮다! 제발 촌티 나는 행동만 하지 말고 근사하게 게임해주라!(나는 이영표와 박지성 때문에 눈이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프리미어리그를 보며 촌티나지 않는 경기를 이제 알아버렸기 때문에)

/조재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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