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守舊)의 수렁에 빠진 나라
수구(守舊)의 수렁에 빠진 나라
  • 김만식
  • 승인 2006.06.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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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역사의식이 없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합동작품
바보 취급된 국민들

2006년5월31일 지방자치선거에서 수구정당인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은 국민들이 수구라는 수렁에 빠진 증거다.

수렁은 곤죽이 된 진흙이나 개흙이 많이 괴어있는 곳을 말하는데 발을 잘못 디디면 헤어나기 힘들고 그곳에서 빠져 죽기도 한다.
수렁은 그렇게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다.

수렁에 빠진 사람들의 실화가 잘 설명해 준다.
2006년5월29일 오후 불암산 속에서 우연히 십여명과 만나게 되었다.

50대 남자가 나에게 "이 선생님은 호남성향으로 보이지만 다른 분들은 아닌 것 같네요"라고 유인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그렇지요 나는 신라시대 경순왕의 후손이기 때문에 왕족의 후손으로 충남아산 사람이지만 김대중선생을 수십년 지지했으니까 호남성향이지요"라고 했더니 찬바람이 부는 분위기로 변하였다.

할 수 없이 혼자 산을 올라갔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조금 전에 만났던 사람 중에 7명을 또 만나게 되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군사독재시대 32년간 악행을 털어놓으며 한나라당이 그런 세력의 후신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궤변과 감언이설에 끌려가면 안된다고 직설을 털어 놓았더니

"군사독재 군사독재 자꾸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듣기 싫어요"
"김대중이는 독재 안했나, 안기부장들이 도청했잖아요. 아들들이 부정도 했고, 김대중이도 독재자요."
"독재도 할 때는 해야지요."
"그래도 박대통령이 보리고개를 없애서 배고픈 것은 해결했잖아요." 라고 여러명이 고성을 치며 대들었다.

나도 목소리가 커지며 "전체와 부분을 구별해야지요. 그런 말들이 타당합니까, 장면 민주당 정권이 계속 되었으면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더 잘 살 수 있었습니다."라고 현대역사를 자세히 얘기해 나가는데 그들의 얼굴이 마치 싸우는 사람같이 화를 내며 모두 가버렸다.

이렇게 국민들은 수구정당인 한나라당과 수구신문인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의 수구세력의 궤변과 감언이설에 푹 빠져있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세력에게 바보로 취급된 결과다. 국민들이 역사의식이 없으니까 이용당한 것이다.

역사의식이 없는 나라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우리 정치인과 국민들 대부분이 역사의식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역사의식(歷史意識)이란 우리 민족과 국가가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민족과 국가가 가야할 역사의 방향을 깨달은 것을 말하는데, 역사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이 너무 드물다.

그런 결과 너무너무 슬픈 나라가 되었다. 정의의 길을 버리고 가니까
일본식민지36년과 이승만독재12년 및 군사독재32년 등 80년 동안 속아 살고서도 깨닫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중도좌파 중도우파 중도통합 중도연합 이러니저러니 뜬구름이나 잡는 식으로 말장난이나 하고 있다.

국민들이 역사의식이 없으면 민족과 국가를 앞장서서 끌고 가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이라도 역사의식이 투철해야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한 바다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나라분위기가 이런 지경이니까 국민들은 박정희대통령이 보리고개를 없앴다는 한마디에 깊이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야할 역사의 방향

그러므로 정치인들과 국민들 모두가 역사의 방향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 역사의 방향은 길잡이기 때문이다.

1. 자유와 인권 정의와 평등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2. 남북한 우리민족이 평화롭게 함께 살기 위하여 남북화해와 교류협력 평화공존 평화토일
3. 친일 반민족행위 등 과거사 청산과 1948년10월 제정되어 이승만독재12년과 군사독재32년 등 44년간 억울하게 생사람을 잡던 국가보안법폐지 및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던 사립학교법 개정 등의 개혁을 계속 추진
4. 우리나라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미동맹국이라도 미국이 세계 전략상 힘의 지배논리로 대만과 갈등관계에 있는 중국이나 북한 등과 동북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그런 전쟁에 말려들지 않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동북아균형자역할을 해야 한다고 노무현대통령이 선언한 '동북아균형자론'

그렇지만 한나라당과 조·중·동 3대수구신문을 비롯한 수구세력은 위에서 말한 2,3,4의 역사방향을 좌파 친북 반미라고 붉은 색칠하고 미국에 아부하며 궤변과 선동선전을 했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이렇게 수구세력은 민족과 국가를 망치는 짓을 한다.

역사의식에 역행(逆行)하는 일들

이런 역사의 방향을 똑바로 모르니까 수구세력의 궤변에 끌려 다니며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한나라당이 개혁을 반대하고, 한나라당소속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정부방침에 반대하며 재산세를 대폭 인하하여 주민들에게 선심행정을 벌려도 국민들은 구경만 한다.

또한 정치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군사독재시대의 고위직인물도 가리지 않고 중도통합이니 연대니 하며 끌어 드리려는 모습 속에서 역사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역사의식은 바로 정의(역사정의와 사회정의)의 길잡이인 것을 잊었는가. 역사의 방향이 정의의 길이다.

군사독재시대 민주화인사들과 대학생들이 구속되어 고문으로 죽어갈 때 고위직인물들이 자유와 인권 정의와 평등을 위하여 투쟁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군사독재시대 이쁜 짓을 잘했기 때문에 고위직에 오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인물들이 어떻게 개혁과 진보의 길에 함께 갈 수 있는가

군사독재시대 고위직은 독재의 방침에 따라 정책과 계획을 만들어 지시하고 감독하여 독재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 역사의 반역자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인물은 정의의 길과 반대의 길로 간 인물들이다.

그 당시 각 기관마다 중앙정보부와 보안사의 요원들이 매일 상주하다시피 하며 기관장과 간부들의 동향을 파악하여 보고한 바와 같이 고위직인물이 민주화운동하라고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또한 그런 인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각 분야의 수구세력과 오랜 인연으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개혁과 진보를 추진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정치인은 특히 역사의식이 투철해야 하는 것이다.

2006년6월1일
김 만 식(평화통일시민연대 회원
시집『박통이 최고라네』 산문집『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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