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대축전을 앞두고
민족통일대축전을 앞두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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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정규철 국제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 공동대표
'씨알의 소리'는 함석헌선생이 작고하시기 전까지 정성껏 발행하던 월간지였다. 1972년 '자주통일'원칙을 밝힌 '7·4 남북공동성명'이 터지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고 사람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삼삼오오 모여 통일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그 해 九月호에 당시로서는 주목할 만한 글을 내보냈다.

표지 안쪽에 白凡 金九선생 영정을 싣고 '내 소원은 대한의 완전자주독립'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리고 머리글로는 발행인의 '五千萬同胞 앞에 눈물로 부르짖는 말'과 장준하 선생의 '민족주의자의 길'을 실었다. 남북한이 분단 4반세기만에 합의한 문서에 대한 반응이라서 그랬던지 종전의 군정 거부 논리를 접고 사안에 무게를 실어줌으로써 정연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인구에 회자된지 오래되었으므로 다시 읽으면서 그 뜻을 음미하고자 한다.

"배가 깨지려면 각자도생(各者圖生)이라 제각기 살길을 찾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배가 더 빨리 깨지게 됩니다. 그것을 평시에 이치로는 잘 알건만 정말 그 마음이 필요한 순간에는 못하게 됩니다. 그것이 사람의 약점입니다. 전체의 제단위에 자기를 불살라야 합니다."

함선생의 평소 지론인, 민족통일은 정신운동, 생명운동이라는 점에서 하신 말씀이었다.

한편 장선생은 "한 인간이 민족적인 양심에 따라 자기의 생애를 살아가는 길은 무엇인가 , 그것은 자기의 개인적인 인간적인 삶, 고달픔과 보람을 민족의 그것과 함께하는 것이리라. 민족적인 삶이 헐벗고 굶주리고 억압받고 있을 때 민족적인 양심에 살려는 사람의 눈물과 노력은 모두 이런 민족적인 간난을 극복하려는데 바쳐진다"라고 하여 민족사의 진전을 위해 자기희생이 따라야 함을 강조하였다.

나아가 "남북은 서로 그 체제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외세의존적 요소"의 청산을 제시하였다. 이 엄숙한 역사의 순간에 겸허히 자기를 내던지지 않으면 통일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또 새로운 반역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어떤 국제정세나 국내정치적 이유로도 이처럼 진전된 남북관계를 후퇴시키려고 한다면 민족의 이름으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독립혁명가였던 선생의 주장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다카키 마사오의 군화발에 짓밟히고 만다. 계엄을 선포하고 종신집권을 위한 개헌을 단행한 것이다. 국민의 숨통을 조여놓고 저지른 만행이었다. 이 무렵 재야인사 15명이 서명한 '시국선언'은 '한국은 내외로 최악의 상태'라 규정했으나 역사는 바로 잡히지 않았다. 독재권력에 기생하면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악의 무리들에 의해 주권은 한차례 더 유린당해야 했다. 그로부터 26주년을 맞는 광주민중항쟁의 감회는 예년같지 않다.

지역간 계층간의 갈등을 교묘히 부추기거나, 지역여론과는 상관없이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줄세우기와 패거리를 일삼는 구태정치세력을 도태시킬 수 있는 5.31 지방선거와 6.15 공동선언 여섯 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 남측 상임대표는 '오월에서 통일로'라는 광주정신이 각인될 수 있도록 화합하여 참여하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광주가 대한민국 전체와 더불어 평양과 소통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길목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그는 최근에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으로 보자면 '6.15시대'가 곧 분단체제의 해체기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광주가 세계와 소통하는 길목이 되고 분단체제 해체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가. '민족통일대축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규철 국제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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