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들끓는 사회
욕망이 들끓는 사회
  • 채복희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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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채복희 편집장
불과 4년여 전 서울 목동 K아파트를 3억여원 정도에 매입한 사람이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올해 초 그 아파트 값이 10억원을 훌쩍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4년 만에 세배이상 튀었다. 그 사람이 그 아파트 팔고 광주에 돌아온다면 그는 집, 예금, 기타 수익성 부동산 한개 정도 몫지게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현재 서울은 그런 곳이다. 지역사람들을 심한 상대적 빈곤의 정서로 몰아넣고 주눅 들게 하는 우리나라의 수도다.

수탈의 중심지 수도 서울

"…오백년간 봉건조선의 중심인 서울은 또한 제국의 대리 공간으로서 식민의 공간이었다. 만약 봉건구조가 그 자체의 동력으로 근대화를 이룩했더라면 그 봉건구조의 연장은 해체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애국계몽기와 식민지를 거치면서 봉건구조는 오히려 민족적인 것으로 저항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해주는 원천이었다. 척결해야 할 봉건가치들이 거꾸로 지켜야 할 전통가치로 이해된 것이다…"

지역문화운동을 펼치는 김승환 충북대 교수는 식민지적 근대를 거치면서 서울은 민족을 수탈하고 제국주의에 협력하는 공간이었다고 정의했다. 물론 수도 서울은 동시에 저항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해방 60년이 흐르면서 수탈구조는 다른 방식으로 방향을 틀어 심화되었다. 서울-광주 혹은 서울-기타 지역, 즉 중앙-주변 이라는 양자 대립구도에 가속도가 붙어왔던 것이다. 그것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패권, 독점-반패권, 반독점의 길항관계에 다름 아니었다. 대립구도의 시각을 국외로 돌려보자면, 세계 속에서 한국은 미국에 비해 변방이다. 미국의 자본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거대한 수탈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일제가 한국을 수탈했다면 이제 수탈자는 미국으로 이전됐다. 그런데 국내의 동일한 시스템은 서울과 변방 구조에 이전, 작동되었다. 박현채 선생께서 이미 정리한대로 한국 농촌의 희생을 담보로 한국의 산업화, 도시화는 진행됐다. 7~80년 산업사회를 지나 2천년대로 가면서 서울과 남한 내 모든 지역은 고속도로와 고속철로 연결되었고 이것들은 곧 경제적 빨대 기능을 담당했으며, 인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화를 불렀다.

국가력이란 이럴 때 작동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 시스템으로 생산되는 에너지보다 자본의 힘이 더 세고 집단주의 시스템이 더 강력한 파워를 갖는다. 정부의 행정력과 이를 견제하면서도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발전시켜 주는 정치력이 합해져 국민의 삶이 불균형에 빠지고 내적 수탈이 가속화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 반대다. 국가력이 작동되는지 의심스럽고 깊고 거대하게 벌려진 자본의 아가리는 욕망의 끝을 보이지 않는다. 그 깊은 구덩이 같은 자본의 아가리 속에 인간의 삶도 욕망의 자석에 끌려 함몰돼 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자본의 아가리

다시 K아파트 주인에게 돌아가 보자. 한국인들의 목표 달성치 10억원을 4년 만에 챙긴 그는 서울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랄까, 아니면 광주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랄까. 그에게 지역 문제, 삶의 진정성 등 어쩌구 해봤자 귀에나 들어올까. 그는 다만, "제발 이대로만"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작금의 서울은 경제력, 인적 자원 유입 등 일방통행 구조가 그대로 작동돼야 인구 2천몇백만 서울시민들은 불안에 빠지지 않는다. 만약 변방 수준으로 하향하려는 조짐, 즉 수도를 옮긴달지, 서울 아파트 값을 팍 내려버린달지, 지방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인달지 하면 위기의식이 팽배해진다. 결국 공룡의 도시 서울 사수는 변방 지역들을 희생양으로 했을 때만이 가능하다.

그것을 '내적 식민지화'라고 말할 수 있는데, 서울의 끓고 있는 욕망을 파악하고 수탈구조를 학습한 '매지노(賣地奴)'들이 꽤 있다. 돈 받는 정치인들, 신문사 하나 정도 운영하는 토호들, 그리고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기획부동산 사기업자 김모씨 같은 부류들이다. 그들은 서울을 뻔질나게 드나들거나 그곳에 자리를 잡고 수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늘 보고 배웠으며 그것을 '내적 식민지'에서 써먹었을 뿐이다. 비교법 한가지, '외환은행 팔아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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