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예찬
성형예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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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허연 가정의학과
생일 축하합니다. 너는 102살이구나./생일 축하합니다. 네 모습은 원숭이 같구나./생일 축하합니다. 너에게서 원숭이 냄새도 난다./생일 축하합니다. 너는 102살이구나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영어노래를 부른 것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손녀딸의 재롱을 너무도 자애롭게 지켜보시던 할머니는 다정스럽게 노랫말의 의미를 묻게 되었고. 의미를 파악한 할머니는 그토록 다정하시고 자애로운 표정대신 당혹감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날의 충격 대문이었던지 며칠 후 성형외과를 찾았다.

최근 모 교수님께서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강의하신 걸 들은 적이 있다. '서양인은 외면을 중시하고 한국인은 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서양인이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굳이 인간의 미에 대한 갈망을 동서양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리스신화 중 여명의 여신 에오스와 티토노스라는 인간과의 사랑이야기에 여신 에오스는 잘생긴 티토노스의 젊음에 반해 제우스에게 간청하여 불멸을 약속하였고 이를 수락한 티토노스는 에오스와 결혼을 하게 된다.

몇 년이 지나자 인간인 티토노스의 검은 머리는 하얗게 변하고 피부는 축 늘어져 결국 늙을 대로 늙어 오관을 잃게 된다. 불멸을 약속하였지만 젊음을 약속받지는 못한 티타노스는 추하게 늙어가는 자신을 보며 에오스에게 제발 죽게 해달라고 절규한다.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방에 가두고 자신을 위해 노래하게 하고 매년 딱딱한 허물을 벗고 새로워지는 매미로 둔갑시킨다.

동양신화에서 역시 전설 속 여인 상아는 도성에서 멀리 십만억토 저편에 있는 서왕모의 나라에서 불로불사의 복숭아를 훔쳐서 달나라로 도망했다. 이에 노발대발한 서왕모가 그녀를 잡아 인간 세계로 내려 보내 결국 영생을 얻고 추한 모습으로 살다 상아는 두꺼비로 변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추한모습으로 오래 사는 것은 불행으로 간주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은 얼굴의 근막이 피부에 바로 부착되어 있으며, 입술점막을 외부로 뒤집혀져 있는 유일한 영장류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하고 섬세한 표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노화현상으로 피부의 수분, 지방이 감소하고 햇빛, 바람에 시달리면서 주름이 깊어진다. 아름다운 표정근육 뒤에 깊은 주름을 숨겨놓은 신의 장난은 인간에게 티토노스의 족쇄가 된듯하다.

과거 그리스인의 평균수명은 19세, 16세게 유럽인의 평균수명은 21세 였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가 도래한 이 즈음 깊은 주름은 지혜의 보고인가. 티토노스나상아의 모습과는 연관이 없을까? 깊게 패인 주름을 삶의 역사라 찬양하며 행복해 할 수 있을까? 원숭이처럼 깊게 패인 주름을 수치스러워하며 흉측하다고 어느 왕궁의 구석진 방으로 깊숙이 몸을 숨기는 것은 전설속의 이야기 일 뿐일까?

늙어서 주책이라 뒷소리 할지도 모르는 아들 며느리 혹은 주변인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성형외과로 달음질 하셨던 할머니의 용기는 아름답게 살고픈, 좀 더 젊게 살고 싶은 솔직한 욕망이었으리라.

나는 원숭이 같은 모습으로 100살까지 살고 싶지 않다. 어린이처럼 솔직해져보라.

생일 축하합니다. 너는 102살이구나./생일 축하합니다. 너는 아직도 예쁘구나./생일 축하합니다. 너에게 과일향기가 난다./생일 축하합니다. 너는 102살이구나.

/허연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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