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5월, 빛과 그림자
광주의 5월, 빛과 그림자
  • 이상걸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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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이상걸 시민의소리 대표이사

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좋은 길목마다 후보들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유권자의 관심을 재촉한다. 각 당이 대부분 지역에서 공천후보를 확정하면서 후보들의 사무실 개소식이 즐비하게 진행된다. 몇 가지 장면들을 통해 선거의 명암을 비쳐본다.

장면1. 유종필위원장의 두 번째 수난

지난 5월2일 오전 7시께 광주공항 내 모 식당에서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유씨가 기초의원 공천결과에 항의하는 A씨로부터 물잔이 던져지고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당했다. A씨는 전날 광주시당 공직 후보자격심사특별위원회에서 자신이 공천에서 배제되자 이에 항의하며 고성을 지르다가 폭력까지 행사했다. 유위원장은 지난 2월 구례에서의 사건 이후 두 번째 수난이다.

민주당의 분위기는 절박하다. 이번 선거에 이기지 못하면 당이 통째로 공중 분해될 처지이다 보니 선거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당보다도 한발 앞서서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하고 참신하고 경쟁력있는 후보내세우기에 골몰하면서 광주전남 석권의 승부수를 띄우던 터였다.

그러나 사과상자 사건으로 중앙당 사무총장이 구속되면서 '부자  몸조심'하던 민주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돈 공천이다 전략공천이다 소란스럽더니 급기야 며칠 전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는 우리당에 추월되고 말았다. 지역당으로 전락하여 호남의 민심에 절대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다.

장면2. 꼼수부리다 봉변자초

5월 3일 밤 9시 주월동의 K호텔커피숍에서 지병문의원과 교수3명이 열린우리당 광주시장후보 토론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였으나 김재균후보측 한 참모의 거친 항의를 받고 무산되고 말았다.

지의원은 시당의 선거관리위원장 신분이지만 조영택후보측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조영택후보 만들기에 가담하며 불공정경선시비가 끊이지 않던 시점이다. 김재균후보측은 중앙당이 여론조사전에 두차례의 후보자간 토론회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미 3차례나 방송토론회가 있었는데도 또다시 갑작스럽게 토론회를 하자는 것은 여론조사를 앞두고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유리하게 하기 위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불려나온 교수들만 돌발사태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좌불안석의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지역에서 활약하고 시민사회운동하다 국회의원까지 된 의원들이 ‘중앙무대 경험이 없는 지방정치인은 우물 안 개구리라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은 오만한 중앙집권적 발상으로 보여 씁쓸하기 까지 하다.

장면3. 아름다운 두 경쟁자

5월3일 오후 3시 북구 제5선거구(일곡,삼각,건국동등) 열린우리당 광주광역시의원후보 이형각씨의 개소식, 여느 후보 사무실 개소식이나 별 다름 없이 진행되었지만 마지막에 같은 지역의 민주당 후보인 이철원후보가 소개되고 마이크를 잡은 이후보는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면서 그동안 서로 몇 차례 만나 소주를 나누면서 지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이겨도 감싸 안아주며 함께 가자"고 다짐했다는 일을 소개했다.

이어 손을 맞잡고 형제처럼 서로 격려하는 모습에서 혼탁한 선거의 청량제를 보는 느낌이었다. 두 후보는 모두 80년대 초반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였으며 이형각후보는 택시노동자로 노동운동과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해 왔고 이철원후보는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민변 활동을 하는 등 인권운동에 몸담아 왔다. 이날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학생운동선후배들은 정말 둘 다 아까운데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안타까워하기도 하였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선거과정의 반칙과 불공정은 정치혐오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경선과 깨끗한 승복은 유권자의 따뜻한 박수를 낳고 선거를 축제로 만드는 요건이다. 피로써 한국민주주의를 살려냈던 5월 광주는 이제 지방선거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새로운 인재들의 등장과 깨끗한 지방선거문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상걸 시민의소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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