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는 후보 안 찍을래?"
"우리가 미는 후보 안 찍을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02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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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성찬성 자유기고가,번역가

여당 선거전략이란 것이 이렇듯 희한하고 괴상망측한 것인 줄은 미처 몰랐다. 작게는 호남에서, 크게는 민주세력에게 지지를 받은 정당이 여당자리를 차지한 것은 내 평생 이번이 처음이라 경험의 한계에 따른 내 무지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무지렁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식이라는 게 있는 법 아니겠는가?

이번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기 훨씬 이전부터 내 작은 귀에 들리는 소문은 5.31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의 맹주 민주당이 우리당을 참패시키리라는 이야기 일색이었다. 노무현과 우리당의 개혁의지에 대한 실망이 이런 결과를 전국적으로 몰고 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차떼기 아닌 사과상자 사건이 터지고 이에 대처하는 그쪽 정치꾼들의 오리발이 일파만파 하면서 민주당이 고전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당 쪽은 이를 호기라고 여겼고, 아닌 게 아니라 당의장부터 엊그제 지역을 돌면서 이 악재를 물고 늘어졌다. 민주당의 지지도도 사뭇 떨어졌다.

알수 없는 여당의 작태

그런데 정작 알 수 없는 것은 여당의 작태였다. 서울과 광주는 중요한 전략지역이라 그에 알맞게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은 한 달여 지났다. 저 죽으려면 무슨 소리를 못하느냐고 웃어 넘겼다. 5.18을 거쳐 87년 민중항쟁에 이르는 민주화를 일정 정도나마 성취하고 이후 선거만도 대선, 총선, 지방선거 합해 거국적으로 떠들썩하게 열댓 차례 이상 치른 시민들의 성숙해진 의식을 짓밟는 작태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도시를 싹쓸이한 이곳의 여당은 나와 사고의 척도가 다른 모양이었다. 광주시 일곱 국회의원들의 심오한 안목에 따르면 김재균 전 북구청장의 수준이 민주당 박광태 후보를 이길 수 없어 뼈를 깎는 아픔으로 저명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여섯 국회의원들은 영입한 인사의 선거참모로 대거 입성하는 것이었다. 당규 공직자선거후보자추천규정 제24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1항 선거관리위원들이 영입한 저명인사의 참모로 몸까지 낮춘 것이다. 내가 일찍이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지 못한 놀라운 짜임새였다.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이자 광주시당 선거관리위원장 지병문 국회의원이 그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국회의원 강기정 시당 공천심사위원장이 조직본부장으로 등등 현역국회의원 여섯이 모조리 그쪽으로 가세했고, 이를 보도자료 형태를 빌려 시민들에게 통보했다. 그것도 모자라 구청장 3인, 시의원 12인, 구의원 34인이 그 후보와 정책연대를 통보했다. 한 마디로 우리는 이 후보를 민주당 후보와 싸울 사람으로 선정했으니 너희는 잘 알아서 투표해라, 시민 여러분, 우리 힘이 이 정도인데 너희 한 표밖에 없는 미천한 시민 주제에 감히 반대하려 하느냐 하는 심보가 읽혀진 대목이었다.

불공정경선까지 자임한 꼴

그리고 오늘 아침에 공직후보자추천심사위원회에서 우리당의 100% 시민 여론조사에 의한 시장후보 결정을 5월 13일에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 그 사이 언제 여론조사를 할지는 중앙당 결정이란다. 이게 경선이라면 불공정경선이라고 스스로 자백하는 꼴이다. 이미 사람은 정해주고 무슨 경선을 하겠다는 걸까? 민주당은 이미 사흘 전부터 전남지사 광주시장 연대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에 비해 우리당은 앞으로 보름 후에 후보를 결정한다 해도 보름 정도면 아름다운 광주를 만들어갈 시장을 당선시킬 수 있나보다. 이게 소위 여당의 프리미엄인가? 난 여당이 치룬 선거를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뭐라 할 말이 없다.

다만 나의 어설픈 생각으로는 이미 시장선거를 포기하더라도 자기네가 미는 사람을 밀겠다는 1970년대식 발상을 그들이 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우리당 당원들이 시당선거관리위원들인 국회의원들을 해당행위로 규탄 고발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성찬성 자유기고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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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오공 2006-05-03 14:38:53
    광주의 저항정신은 시대적 격변기속에서 항상 정의로운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정의로움은 공정성을 담보로 모든행동의 준거로서 공평무사함을 무엇보다 요구한다.

    그러한 정의로움은 민중운동의 모범으로 광주를 각인시켜왔으며 이는 어느누가 조명을 받을것이 아니라 광주시민 그자체일것이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이번 시장경선과정은(만약 글쓴이의 글이 사실적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측은함을 넘어 분노와 적개심을 느끼게 한다.

    기간당원제를 처음으로 실현해냈다고 홍보하면서 기간당원을 바탕으로 상향식 공천을 한다는 원칙이 있었건만 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시민경선을 주장하면서 스스로 당내경선을 시민들앞으로 끌고나왔다.

    여기까지는 참을만 하다. 왜냐 시민한테 심판받자는 거니까
    그러나 정당원을 배제한 시민경선을 하자고 해놓고선 왜 당내부적으로 조종하고 나서는건 도대체 무슨 해괴망칙한 수법인지요

    광주시민들은 양지를 쫒는 해바라기가 아니었습니다.
    힘들고 험난하더라도 올곧은 길이라면 일어섰습니다.

    정정당당했기에 세계속의 민주도시 광주가 된것입니다.

    현혹하지맙시다.

    정정당당해집시다

    21c활빈당 2006-05-02 17:22:09
    성찬성 선생님 너무 열받지 마십시오.

    선생님이 꿰뚫어 보신대로입니다.
    이지역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시대의 후름을 읽지 못하고 "아 엤날이여"를
    읊조리며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앞에서 지역 정치인들이 활개치는 꼴은 죽어도 못보겠다는것이
    그들의 솔직한 심정 일것입니다.

    세상이변해 지방자치 라고 하는것이 지역주민 들의 뜻에 따라 이루어 지는
    것이 정당 할진데 오직 그옜날 제왕처럼 지역정치에 군림하며 공천권을
    쥐락펴락 하던 시절을 잊지못해 광주 정치판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선생님 화무십일홍 입니다.

    지금이야 자기들 생각에 이권력이 영원할것 같겠지만 세월은 재깍 재깍
    흘러갑니다.

    그러나 광주시민은 국회의원들의 어지러운 행보를 절대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겟지만 전략공천을 통해 또는 특정후보를 적극 내세워
    당선율을 높였다든가 하는 어떤 통계자료도 근거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본선 경쟁력 운운 하며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졸한 행태를 광주시민 누구나 다알고 있슴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이
    자기들 거짓말에 모두가 속아줄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광주지역의 국회의원 들 의수준이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언제까지 광주를 대표하는 광주국회의원 자리를 맏기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선생님 항상 좋은글 올려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계속 광주의 정신을 일깨우는 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