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포르노를 보나봐
조카가 포르노를 보나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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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 조재호 자유기고가

"조카가 말이야" 이제 중학교 3학년이라는 조카를 끔찍이 위하는 한 친구. "포르노를 보나봐" 라고 한다. 나는 그게 뭐 대수냐는 표정으로 시큰둥하게 "그래서?"라고 묻는다. "인터넷 접속 조회를 봤는데 말이야…당최…." 귀엽고 마냥 어린 조카가 포르노를 보고 있다는 사실. 그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부모의 잠자리를 우연히 본 후에 느끼는 외상과는 비슷한 충격일까?  하지만, "너도 그만할 때쯤, 나랑 같이 봤잖아"라고 말했다. 잠시 우리는 다시 '사랑에 볼 붉은 15세' 시절, 우리를 만족시켜준 만화와 음화 등을 킬킬 거리고 회상했다. 그런데 친구는 "근데 그때랑 다르게 이놈은 자꾸 똥과 관련한 포르노를 보는 것 같아. " 라고 말한다. 허걱!

유해출판물은 유해하지 않다

마광수의 새로 나온 시집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분과회의에서 '유해 출판물'로 판정받아 심의 중에 있다고 한다. 만약 '유해출판물'이 되면, 판매가 금지된다. 마광수로서는 익숙한 일이다. 14년, 92년에도 '즐거운 사라'때문에 이런 일을 겪었고 감방에 가야 했으니까.

우리 상상을 너머선 과감한 '포르노 체위'나 '포르노 상상'처럼 별스런 추잡한 '성'스런 행위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역겨움'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 마광수책이 '정상적인(정상이 뭐야? 밤에 조용히 결혼한 배우자와 정상체위만 하는 거?)우리(우리가 누구지?)'의 성도덕을 해친다고 하자.

하지만 시집 따위가 누구의 신체를 상하게 하는가? 인정하자. 마광수책은 누구를 헤치지 않는다. 우리는 공부가 안되어 있다. 나와 '다름'에 대해, 즉 민주주의 공부 말이다. 하인즈 워드의 색깔에 대해 성찰을 했다고? 마광수는 이미 그의 시에서 '혼혈은 아름답다'라고 해버린다. 이성적인 성찰은 호들갑스럽게 무슨 법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혼혈과 다름을 아름답다고 여겨버리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훈련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미 "야함"에 대해 선구적 견해를 표방한 마광수는 여전히 '옳다'.

92년 이래, 한국사회가 민주주의 공부를 충분히 하고 있는가? 다음은 마광수의 [도덕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의 전문이다.

"마광수 때문에 에이즈가 늘어난다, 잘잡아갔다 고 떠들어대던/어느 일류대학 교수는/전두환 때도/노태우 때도/김영삼 때도/ 노무현 때도 언제나 여러 관변 단체장을 지내며/ 출세했다/ 그는 지금 어느 서울의 어느 대학 총장까지 하고 있다/그놈을 때려죽이고 싶다"

도덕을 팔아먹는 사람들

친구의 조카는 아마 마광수가 누군지 모를것이다. 아마 광수생각에 나오는 광수인가 할것이다. 책받침에 있는 여배우 모습에 흥분하던 우리와는 달리 그녀석의 성적인 역치(閾値)수준은 무디어 있을것이다.

시대는 이렇고 상황은 이럴진대, 시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도덕을 팔아먹는 사람들]이 우리사회는 그 관료적기구의 밥벌이를 위해 벌레처럼 꼼지락 대는 꼴이라니.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친구야, 냅둬버려. 너도 그 조카 보고난 그 동영상 보잖아, 임마~!"

/조재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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