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프랑스처럼!
우리도 프랑스처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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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이경진 광주노동보건연대 사무차장
프랑스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정부를 굴복시켰다. 지난 4월 10일 시라크와 드빌팽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그동안 추진하던 CPE법안을 철회했다. CPE(Contrat Premiere Embauche, 최초고용계약)법안에 따르면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최초 고용 2년간 특별한 사유나 설명 없이도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최초 고용계약 법안 철회

이 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대학생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대학생들의 시위에 고등학생,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는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번 시위와 파업사태가 CPE도입을 계기로 촉발되었지만 이면에는 프랑스 우파정부가 계속해서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공격, 사회공공성의 후퇴가 있다. EU(유럽연합)에서도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CPE법안은 불에 끼얹은 기름격이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둔 드빌팽 총리가 무리하게 CPE법안을 추진한 이유는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만들면 수치상 실업률이 내려갈 것이라는 계산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민중들은 삶의 위기가 정부의 일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고 그 위기와 불안이 불안정 노동의 확대라는 신자유주의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프랑스 민중의 삶은 지구 반대편에 서있는 우리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한국사회 최대 현안 문제는 양극화 해소라고 말한다. 그리고 양극화의 원인을 IMF경제위기라 지목하고, 문제가 경쟁력의 부족, 일자리의 부족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대다수 민중들이 삶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일자리의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의 불안정성에 기인한다. 800만 비정규직, 800만 빈곤층 시대, 민중들의 잇따른 생활고 비관 자살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양극화의 원인을 노무현정부가 제대로 잘못 짚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27일 국회 환노위에서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 양산할 비정규 법안이 통과되었다.

기간제는 사유제한 없이 전면 자유화되며 2년 이내에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쉽게 해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년이 지나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사용자에게 열어놓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불행히도 프랑스의 CPE 법은 우리의 비정규직 법 개악에 비하면 덜 가혹하다. 상시적인 해고 위협에 노예처럼 일만 해야 하고, 재계약 기간이 찾아오면 온몸의 피가 바짝 마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이제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강력한 대중저항 필요

우리의 삶을 정치권이나 제도세력에게 내 줄 수는 없다.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의 반 CPE투쟁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것은 신자유주의가 실패했으며,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프랑스처럼 강력한 대중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노동자, 미래의 노동자를 비롯하여 전 민중들에게 노예처럼 일하며 살기를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투쟁과 저항은 프랑스처럼 한국에서도 가능하다.

80년 광주가,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노동자와 민중 스스로가 투쟁으로 나서고 행동으로 요구를 말하는 것이 정치적인 변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빠른 길임을 확인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투쟁으로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 법 개악을 막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우리도 프랑스처럼!

/이경진 광주노동보건연대 사무차장 leered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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