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매나 좋으까이?"
"얼매나 좋으까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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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라도 우리 탯말》
   
▲ 전라도 우리 탯말
"사람마다 자신의 고향이 있고 그 고향에는 고향의 말이 있어 그 고향 말을 하며 살다가 간다. (중략) 자신이 어머니의 뱃속에 들어선 그 때 그 탯자리였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사투리라 폄하하지 않는다. "누가 누구인가를, 자기 내력과 역사를 드러내는" 탯말에는 정체성이 있다. '탯말두레' 회원들이 전라도 말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전라도 탯말이 전라도의 말이며, 절대로 사투리가 될 수 없"기 때문.

내 물 값 떼먹느니 차라리 문둥이 콧구먹에서 마늘씨 빼먹는게 낫지(차범석의 '옥단이'중에서) 얼매나 좋으까이? 연지곤지에다(최명희의 '혼불'에서) 오매 단풍들겄네 …. 전라도 말맛이다. 표준어로 옮길 경우 그 말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전라도 고유의 정체성이 그 말 속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한새암 최병두 조희범 박원석 문틈 등 '탯말두레' 회원 4명이 전라도 말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차범석의 '옥단이', 최명희의 '혼불', 김영랑 시에서 전라도 말맛을 짚는다. 문학 작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탯말 사전과 용례마저 더했다. "탯말이야말로 정체성의 확인이자 영혼의 말 그 자체"라 의미짓는다.

그들은 책 제목에 '어머니와 고향이 가르쳐 준 영혼의 말'이라는 부제를 덧붙인 까닭이다. 탯말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중한 노력이 무겁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질퍽한 전라도 말을 옮긴 예화를 읽다보면 슬금 웃음이 새어나온다. "으짜든지 배창시 부르고 등짝만 따수믄 고만 아닌감용(어쨌든 배부르고 등만 따뜻하면 그만 아닌가요)" 이렇게 '따순' 맛을 표준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라도에서 출발한 '탯말 기행'은 경상도, 강원도, 제주도, 충청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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