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의 중심에 자리한 소안·청산지구에 잠시 글로 떠난 여행을 그려볼까 한다. 주민들의 뜨거운 애정으로 이뤄낸 250여년 된 상록활엽수림의 방풍림과 수억만 년의 세월을 담은 갯돌밭이 펼쳐진 완도의 정도리 구계등! 그 작은 숲 안엔 놀랍게도 230여종이 넘는 식물들이 바다를 향해 풍요를 속삭이고, 잠시 밀려나간 바다사이로 보이는 암초 위엔 120여 가지의 바다 식물들이 다양한 바다세계를 만들어낸다. 숲에선 광나무, 상동나무, 새우나무, 완도현호색 등을, 바다에선 구멍갈파래, 지충이, 불등풀가사리, 서실 등으로 풍부한 자연자원들의 멋을 모아서 말이다. 숲과 바다 사이의 징검다리인 갯돌밭은 약800여m 펼쳐지는데 청빛을 띤 크고 작은 갯돌들의 역사를 알고 보면 더한 신비로 돌아온다.
완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한 시간 즈음 가다보면 찾게 되는 소안도와 보길도! 격정적인 항일운동으로 뜨거운 역사적 피가 흐르는 소안도는 상록수가 방풍림을 이루는 천연기념물인 맹선리상록수림과 미라리해수욕장 그리고 갯돌밭이 장관을 이루는 진산리해수욕장 등 미라8경을 둘러볼 수 있다.
슬픈 이별의 청별선착장인 보길도에서는 낭만과 사색으로 탐방이 시작된다. 수억만의 세월을 안은 검은 자갈들이 2km에 걸쳐 펼쳐지고 천연기념물인 상록수림이 조화를 이루는 예송리해수욕장에서는 푸른 바다와 포근한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동쪽 끝인 백도리에서는 장희빈 세력에 밀려 제주도로 귀향 가던 길 풍랑을 만나 보길도에 잠시 머무르며 해변 석벽에 신세를 한탄하며 당시의 심경을 새겨놓은 '우암 송시열의 글씐바위'를 볼 수 있다.
수 백 년 된 소나무 300여 그루가 마을의 방풍림으로 자리하고 고운 비단결의 모래가 펼쳐진 중리해수욕장, 다른 해수욕장과는 다르게 남성적인 모래 바람을 날리는 통리해수욕장, 보옥리 뾰족산 아래로 청명석이라 불리는 공룡알 해변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원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윤선도 유적지는 '어부사시사'와 같은 아름다운 한시들로 꽃을 피워 찬란히 빛나는 역사적 흔적을 만날 수 있게 한다.
황토길
청산도에서 부르는 노래
자연은 참으로 대단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 이 곳! 이 곳은 바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다. 봄바람이 부는 지금, 파도와 햇살에 눈부신 다도해상국립공원에 하모니카, 오카리나, 기타를 매고 탐방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다도해가 부르는 노래를 가슴으로 보듬어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