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비정규직법안, 개선인가 개악인가
환노위 비정규직법안, 개선인가 개악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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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임현수 자유기고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이 노조와 사용자 모두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노사 모두 패자가 되는 사례가 이번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려고 해도 모를 일은 이번 안을 두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너무나도 다른 예상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2년 기간제한을 두고 노동계는 2년마다 주기적인 대량실업이 발생할거라고 말하고 경영계는 2년이 넘으면 무조건 채용하라는 거냐며 볼멘소리다. 도대체 어느 게 진실이란 말인가.

종합하면, 노사 모두에게 개악이란 소리다. 그런데 그 정도로 심각하게 잘못된 법안이라고 하기에는 이른바 '전투적'인 노동계와 '반노조정서'로 무장한 경영계가 이 정도로 조용할리는 없다. 어느 한 쪽이 엄살을 피고 있거나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노사 모두 엄살 아니면 욕심

일단 노동계부터 들여다보자. 개악이라면 현행 상황보다 나빠졌다는 것일 게다. 물론 개악된 부분이 있다. 고용의제였던 것이 고용의무로 됐고, 파견직 고용에서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라는 규정이 추가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큰 후퇴라고 할 수 있을까. 현행 고용의제 제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에 적실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봐선 그렇게 말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노동계에서는 파견직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현행 포지티브 방식 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는 과장된 것이다.

이러한 '양보' 대신 노동계는 큰 '진전'을 얻어냈다. 차별금지 및 시정 조항이 그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정규직 임금의 65%에 불과한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이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차별이 발생했을 때 그 차별여부의 입증을 기업이 책임짐으로써 부당노동과 부당해고에 대한 노동자들의 구제신청이 수월해질 것이다.

때문에 사용자 측에서는 분명 개악인 셈이다. 하지만 다소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이유가 없지 않다.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양극화 문제,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은 그 핵심이다. 신정완 교수의 말마따나 '희생의 교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드높아진 현 시점에서 기업에겐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거니와 어느정도 지불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르려다 쪽박 깰 수도

그런데 이 울며 겨자먹기 얼굴을 하고 있는 사용자에게 노동계는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는 아이 뺨치는 우매함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사유제한'이라는 두 원칙을 지키라는 나름의 정당성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두 원칙은 비정규직법에 있어 처음이자 끝이다.

그 두 가지 모두를 전면 도입하라는 것은 기업 내의 정서와 지불능력을 도외시하는 처사다. 처음부터 100% 얻어내려는 것은 협상 자세가 아니다. 그보다는 현실을 직시해 차별금지에 대한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이를 정부 행정력과 협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지 않고 계속 판 자체를 바꿔달라고 외쳤다간 그 판 자체가 뒤집어질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임현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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