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뜻대로 끌려가는 한국
미국의 뜻대로 끌려가는 한국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2.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간시평]홍광석 장성생활정보고등학교교사·소설가
1991년 7월, 한국과 미국은 '전시접수국지원협정'을 체결하였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한국은 접수국으로서 증원된 미군에 대해 병참기지를 제공하고 무기를 수송하는 인적·물적 자원을 징발할 수 있다는 사실상 한국의 자주권이 무시된 협정이었다. 그때 한국 정부는 그런 협정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는커녕 만약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한국 국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한 국민 일각의 원초적인 의문조차 묵살해버렸다. 때문에 '전시접수국지원협정'은 아직도 대다수 한국 국민들에게 생소한 용어로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05년 새해 벽두, 한국 국민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생경한 용어를 놓고 정가의 일부에서 잠시 왈가왈부하다가 이내 잠잠해지는 사태를 목도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논의 구조조차 없는 상황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몇 학자들만 '전략적 유연성'의 내용과 문제점을 제기할 뿐, 역시 대다수 국민들은 '전략적 유연성'이 왜 문제가 되는지 고민하기는커녕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의미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중이다.

그동안 미국이 주한 미군의 역할을 단순히 북한을 견제하는 차원을 넘어 중국을 겨냥한 전략군으로 발전시켜왔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3월8일 공군사관학교 임관식에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는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언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1년도 못되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말았다. 극단적인 추론이긴 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한 앞으로 한국은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 앞으로 주한 미군의 개입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연히 한국은 미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분쟁에 휘말려드는 결과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타국이 벌여놓은 전쟁에 휘말려 죽을 수 있다는 개연성이 상존하는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런데 이렇듯 한반도의 안녕과 민족의 장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91년 노태우정권이 '전시접수국지원협정'에 대한 쟁점을 감추었던 것처럼 현 정권 역시 '전략적 유연성'의 핵심 사항은 물론 협상과정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것을 막고있는 듯 하다.

벌써 '전략적 유연성'의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은 주한 미군을 분쟁 지역으로 투입할 수 있는 ‘신속 기동군’으로 개편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에 닥칠 최악의 상황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예고하는 일이다. 사실을 감춘다고 한국 국민이 안고 살아야하는 불안과 공포의 근원이 제거되는 것이 아님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실관계와 향후 대책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도 없다.

절박한 시간이다. 우선 시급한 일은 한국에게 재앙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의 실제 상황을 막는 길이다. 먼저 뜻있는 학자와 용기 있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왕의 '한미행정협정'과 '전시접수국지원협정'도 과연 타당하고 평등한 협정인지 국민적 토론에 부칠 것을 제안한다. 만의 하나, 미국의 뜻에 따라 다수의 한국 국민이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 맞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홍광석 장성생활정보고등학교교사·소설가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