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문제에 대하여
빈곤 문제에 대하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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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신일섭 호남대학교 인문사회대학 교수
며칠 전 신문에서 서울의 한 40대 미혼모 자살미수 사건 기사를 읽어보았다. 그 미혼모는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된 자신의 옥탑방에서 불우한 처지를 비관, 딸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딸 때문에 동반자살을 포기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IMF사태 이후 근래 경제적인 이유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숫자가 해마다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문제있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요즘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와 신빈곤층의 증가가 심각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즉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가 더 이상 덮어둘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격랑속에서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제 빈곤의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부익부는 반드시 빈익빈을 동반한다. 20:80의 지표가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 사회의 완충역할을 했던 중산층은 무너져가고 빈곤층은 해마다 그 수치를 높여가고 있다.

심화된 양극화와 함께 빈곤층의 증가로 우리 사회는 분열과 불평등, 소외로 얼룩져 있다. 우리의 현 사회 모습을 보고 한편에서는 조세제도의 개혁 등 소득재분배를 통한 그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확대되는 신빈곤층에 중점을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해결 방법론을 가지고 정파간에 때아닌 좌우파 논쟁이 일이나고 있다.

문제는 부익부보다는 빈익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데 있다. 가난(poor) 즉 빈곤의 문제는 우리 인류 역사와 함께 늘 고민되어왔다. 18세기 근대 이전의 역사에서 빈곤의 문제는 개인의 무능과 무지, 나태의 결과로 인식되었다.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책임으로 한정되었으며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인 책임 밖의 문제였다. 그러나 빈곤층의 자각과 확대는 기존의 사회와 국가의 위협적 요소로 등장하면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빈곤의 문제는 정치 사회화되었다. 여기에서 빈곤의 문제가 꼭 개인의 무능이나 나태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사회제도의 모순이나 계급적 이해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동자 세력의 자각과 확대는 계급적 갈등을 심화시키면서 이제 빈곤의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여기에서 빈곤의 문제, 개혁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이념 문제도 탄생했다.

지난 20세기는 혁명과 개혁, 보수와 진보의 대결 시대였다. 영국의 마르크스 경제사학자 에릭 홉스봄(E.Hobsbawm)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20세기는 '극단의 시대'(Age of Extremes)였다. 진보와 보수라는 양 극단의 사이에서 끊임없는 학살과 전쟁, 투쟁의 폭력적인 세기였다는 것이다. '극단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는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거대한 부익부, 빈익빈의 세계적 경제질서를 심화시키고 말았다.

인류의 큰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극단의 시대'를 지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로 통칭되는 21세기는 18세기 근대 산업화 시대 이후 가장 큰 변화를 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통합과 상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작금 양극화 문제나 신빈곤층의 해결방안에 대해 좌우의 이념적인 경계를 넘어 무엇보다 빈익빈 문제의 해결을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소유'보다는 '공유'의 입장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새로운 패러다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이념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신일섭 호남대학교 인문사회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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