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 신년참배의 진정성
5.18묘지 신년참배의 진정성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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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인 방문 줄이어
광주에서 가장 바쁜 신년을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모르긴 몰라도 5월단체 출신으로 국립5.18묘지의 첫 민간 여성 관리소장에 부임한 박경순(44) 소장이 아닐까 싶다.

지난 1997년 묘역조성 공사가 완공되고 2002년 7월 망월동 묘역이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대통령이 5.18기념행사에 참석한지도 지난해로 세 번째.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지난해 년초에 이어 올해에도 5.18묘지를 찾는 발길이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묘지관리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1천5백여명이 묘지를 참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인사들로는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김원본 시교육감과 김장환 도교육감, 홍석조 광주 고검장과 안영욱 광주지검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관계 뿐 아니라 광주전남민중연대와 시민단체협의회 등 재야?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묘지참배를 빠트리지 않았다. 박 소장은 단체 참배객들을 일일이 안내하며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전하는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박 소장은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참석한 이후 지역 기관장들의 신년 참배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신년 참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호남 민심의 향방이 정치권의 대세를 결정한다는 속설 때문인지, 지방선거를 앞둔 올 해, 정관계 인사들의 참배 행렬은 더욱 잦아진 모습이다.

지난 1983년 전두환 정권의 묘지이장 책동에 가족들이 가마니를 깔고 새벽잠을 자며 묘지를 지켜냈던 과거를 떠올리면 지금의 호사(好事)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시대가 바뀐 만큼 영령들의 위상도 바뀌었지만 묘역을 찾은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딱히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년초라 일부러 묘역을 찾았다는 이승일(45)씨는 “정치인들이 묘역을 찾는 거야 좋은 일이죠. 하지만 사진 몇 장 찍고 이리저리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좋은 정치, 깨끗한 정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고언했다.

실제로 묘지를 찾은 정치인들의 동선은 다분히 획일적이다. 그나마 신묘역에 비해 눈조차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구묘역을 찾는 정치인은 아예 없다. 광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구묘역의 아픔과 그늘까지 헤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묘역과 구묘역의 어색한 공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맹주 다툼, 외제차가 늘었지만 차상위 계층도 늘어난 2006년 광주.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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