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의 전성시대
프로젝트의 전성시대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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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
소문처럼 나돌던 J프로젝트가 지난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남 산이면과 영암 삼호면이 프로젝트의 주 대상지이고, 이 지역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역시 그 실체가 모호했던 S프로젝트도 올초 세상에 공개됐다. 서남해안포럼 광주전남사무국이 지난 6일 광주시 남구 학동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S프로젝트의 사업대상지는 무안 영암 해남 목포 신안 등 'ㄴ'자로 꺽어지는 서남해안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전남 중부권의 발전을 꾀한다는 일명 그린프로젝트도 발표됐다. "보성과 장흥·강진·완도 등 중남부권을 △생태·건강지구 △해양·휴양지구 △청정수산양식지구 등 3개 권역별로 묶어 지역 발전을 꾀겠다"는 것이 지난 11일 전남도가 발표한 프로젝트의 내용이다.

그 많은 '프로젝트'들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에 따라 전남은 동부 광양만 권역, 서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및 도청 권역, 광주 근교 공동혁신도시 권역, 중남부 득량만 권역 등으로 4분할된 발전전략을 갖게 됐다.

이들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그 전망이 모두 '장밋빛'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사업의 자본 구성이 국비, 지방비, 민간투자, 외자 등으로 '버라이어티' 하다는 것. 동시에 지역민들이 사업 내용을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과연 잘 될까…'라는 식으로 참여의지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 또한 공통된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다.

각종 프로젝트들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갈린다.

첫째는 복잡하게 앞뒤 잴 것 없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몰락하고 있는 농수산업을 쥐고서는 전남의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는 것이 적극 추진의 배경이다.

둘째는 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입장이다. 생태환경적으로 청정한 지역이라는, 오랜 낙후가 가져다 준 결과적 '장점'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셋째는 개발프로젝트는 진행하되 전남의 장점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찬성과 반대가 조율된 입장이다.

지역민 빠진 '그들만의 사업'이어서는 성공할 수 없어

일이라는 것이 매사에 그렇듯이 지금 프로젝트 진행의 논리는 셋째의견에 쏠려 있다. 문제는, 역시 일이라는 것이 매사에 그렇듯이 진행하다보면 둘째의 문제의식을 실종되고, 결국 첫째방식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험칙'이다.

해남화원관광단지는 10년 동안 5%밖에 진척되지 않았고, 청정지역 장흥에 맨 먼저 들어선 개발사업은 주민들은 좇아내는 댐이었다.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세력을 배출한 목포는 5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고, 영암 대불산단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장밋빛 프로젝트가 없어서 이 같은 결과가 빚어진 것은 아니다.

지역민들의 무관심, 혹은 냉소는 오래도록 겪어온 경험칙에서 비롯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주민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가 여기에서 나온다. 지역을 '대상화' '소외' 시키는 사업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주민들의 참여를 배제하고서는 사업의 성공 또한 요원하다.

거기는 당신들의 땅이 아니고 그들의 땅이며, 거기에 들어서야 할 이런저런 도시는 당신들의 천국이 아니라 그들의 천국이어야 한다. 지역민들의 충분한 동의를 얻는 작업은 불필요한 '시간 비용'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전남을 발전시켜보려는 진심어린 마음을 왜 알아주지 않느냐, 는 사업 주체들의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정부시책을 착실히 따른 결과 농수산물의 경쟁력이 하락했다. 영산강이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을 만큼 더러워진 것도 국가의 의지가 주된 원인이다. 당초 이들 사업의 홍보문구에도 '잘 사는 전남' '도약하는 서해안' 이 선명하게 찍혔었다.

주민을 이해시키고, 그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유인물일 뿐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유인물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에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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