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고 또 맞으면서
한해를 보내고 또 맞으면서
  • 이재광
  • 승인 200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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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 공무원의 비애
   
▲ 지난해 쌀값 투쟁때 썼던 머리띠를 공공비축 매입이 끝나고 버릴까 하다가 책상앞 나무에 둘러 봤습니다.ⓒ이재광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려 본지가 족히 한 달은 넘을성 싶다.

지나간 연말과 새해 초의 시간들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오줌 눕고 뭣(?)볼 시간도 없다’ 라는 속된 말이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나날들이 아니였나 쉽다. 농민단체의 쌀값 투쟁과 또 엎친데 덥친다고 잔혹하리 만큼 혹독했던 폭설은 두번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쌀값 파동이야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지구 저 건너편 힘있는 놈(?)들의 농간에 약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감내 해야만 하는 하나의 수순이였다 치더라도 폭설이라는 자연 재해 만큼은 모두의 책임으로 돌리자는 얘기를 하고 싶다.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대과업 앞에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생태계 훼손을 전지 전능하신 神인들(인간세상의) 이런 모습을 나몰라라며 보고만 있겠는가? 그것도 그렇다 치자.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니까! 안이한 생각들이 더 큰 피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까짓껏 눈이 쌓이면 얼마나 쌓일라고!’ 다들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드리려는 안이함이 화를 자초한 것 같다.

구랍 12월 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지난달 4일(일요일)밤 일이다.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마땅한 소일꺼리가 없는 이 사람으로선 일요일 가족들이 교회에 가고나면 목욕탕과 근처 가까운 산에 오르는 일이 전부다. 그날도 TV를 켜 놓고 무료함을 달래다가 8층 아파트 베란다 넘어 아스팔트 위에 제법 눈이 쌓이는 것을 보고서 노파심에 오후 늦게 사무실에 나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초등학교 임시휴교를 알리는 전화와 마을에 이상유무를 확인해 보는 것이 그 날밤 필자의 소임(?)이 되었다. 평소 조금은 가깝게 지내던 모인의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뜸 하는 말 ‘우리 동네는 산중이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도 없고, 눈 그 까짓껏이 쌓이면 얼마나 쌓인다냐!’ 라며 전화를 끊는 것이다. ‘그럼, 그렇다 칩시다.’라며 전화를 끊었었다.

동계작물이 들어 있는 비닐하우스가 있다면 눈도 쓸어 주고, 또, 지붕을 받들고 있는 기둥이 약한 건축물이 있다 싶으면 받침대를 보강해 주면 될텐데!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이 조금은 게운치가 않았다. 또, 좀 더 대담성을 보여 작물이 들어 있지 않은 비닐하우스에 눈이 쌓일것 같다 싶으면 비닐을 찢여 철제의 변형을 막는 것도 피해를 최소화 하는 하나의 방법일텐데! 하지만, 당장 비닐 값 몇만원, 몇 십만원이 아까워서 지켜만 보았을까? 물론, 그런 것들이 규모가 커서 인력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수 없다면 그렇다 치자. 하지만, 문제는 우리네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택의 부속사나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규모 이하의 건조장(비가림하우스)같은 복구비지원 대상이 안되는 시설을 놓고 하는 말이니 행여 오해는 말지어라.

매 겨울이면 지붕의 처마밑까지 눈이 쌓인다는 강원 영동지방에서 아직까지 폭설로 주택이 붕괴되고, 부속사가 붕괴 되었다는 얘기를 듣질 못했다. 어쩌면, 그곳 사람들은 폭설에 대한 대비를 스스로 해왔고, 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 동안 자연 훼손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공범자(?)라는 인식하에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특별 재난구역 선포!

나라밥(?)을 먹은 그릇수가 별로 많지 않지만 지금껏 자연재해나 재난으로 인해 국민의 사유재산이 피해를 입었다 해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보상을 해 준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아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생계유지 차원에서 삶을 다시 영위할 수 있도록 피해시설에 대한 복구비만 지원해 줄 뿐이다. 그런데도,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었다고 하니까 보상을 운운하며 여기저기서 전화가 빗발친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또, 오죽하면 이럴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주면 네것 주느냐! 나라것 주지!‘ 하면서 용감하게 달려드는 사람한테는 도리가 없다.

공무원, 그것도 민선시대의 최일선 지자체에 근무하는 공무원이기에 최대한의 융통성과 재량권(?)은 항상 염두해 두고서 직무에 임하지만, 규정과 거리가 멀고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몇 번을 얘기해 주고, 갖은 방법 동원해 설명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답답할 뿐이다. 또, 선거정국에 접어들다 보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가 직위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높은 사람을 거명해 가며 선거 운운할 때는 숨이 꽥꽥 막힌다. ‘처녀가 애를 낳듯 어떻게든 해주겠지! 라며 ’내배 째시오!‘라는 식으로 나오면 속수무책 그 자체다.

찬물에 뭣 오그라들 듯 왜소화된 조직. 피해상황에 대한 현지확인 등으로 바쁘게 움직였던 시간들이였다. 또, 그런 와중에 ‘공공비축매입’인가 뭣인가 하는 것 때문에 추위속에서 엄청 떨기도 했다. 지난날 어쩌다가 한번 삐끗했던 허리가 폭설로 신경조직이 얼어붙기라도 했는지! 몸둥아리가 내것이 아니다. ‘병갗라도 몇일 내서 물리치료라도 받아볼까 했는데, 그것 마져도 쉽지가 않다.

한해 동안 집행했던 사업비를 정산한다. 부양가족 신고서를 작성한다. 문서철 홀더를 만든다. 다들 아우성이지만, 그런 일은 아예 손도 못되고 있으니... 아무튼, 지나간 한해를 되돌아 보고 새로운 한해를 계획해야 하는 마당에 사상 유래가 없었던 폭설과 그 뒤로 전개된 복구계획 수립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복구비지원지침'으로 오돌오돌 떨어가며 밤을 지새웠을 같은 처지의 하위직 공무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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