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힘을 느끼는 영화
배우의 힘을 느끼는 영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우 기자의 영화읽기]
올 한 해 동안 31편(오차범위 ±1.5)의 영화를 봤다.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하기에는 매우 적은 편수임을 인정한다.

[모래와 안개의 집] [나의 결혼 원정기] [외출]을 보지 못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우주전쟁] [유령신부] [레이]를 놓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없다. (물론 비디오로는 볼 생각이다.) 가장 최근에 개봉된 영화 [킹콩] [왕의 남자] [작업의 정석]은 ‘아직’ 못 봤고, 극장판으로 곧 볼 계획이다.

어떤 기준에 따라 영화를 분류한다는 것은 매우 곤혹스러운 작업이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분류의 방식이 마땅한가에 대해서도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점을 전제 삼아,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영화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기준을 만들어 배치해봤다.

굳이 볼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영화 : [그때 그 사람들] [극장전] [형사]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주변에 권하고 싶은 영화 : [내 생애… 일주일] [연애의 목적] [웰컴 투 동막골] [혈의 누] [너는 내 운명] [밀리언달러 베이비]


   
▲ (上)밀리언달러 베이비, 너는 내 운명 (下)혈의 누, 웰컴투 동막골
‘굳이 볼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영화’들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그때 그 사람들]은 한국의 사회운동이 일궈낸 성과조차 흡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표현의 자유가 오늘날처럼 만개한 때에 박정희를 어찌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화면은 분명 ‘영화예술’이 취할 태도가 아닐 것이다. TV에서 방영되는 제5공화국도 이보다는 낫다. ‘박정희시대’가 여전히 진행 중인 이상, 감독은 박정희에 대한 해석을 유보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임상수 감독은 유보하고 있다.

[극장전](홍상수)과 [형사](이명세)는 매너리즘에 빠진 명장들의 나태함을 보여준다. 언제까지 동어반복만 하고 있을거냐, 이 말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는 항변이 들리기는 한다. 하지만 그 항변의 근거라는 것이, 몇몇 장면, 몇몇 대사에 새로움에 한정되어 있다. 원하는 바는 디테일의 첨삭이 아니라 ‘구조변경’이다. 과연 이 요구가 지나칠까. [라빠르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라는 영화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뿐이다.

배역선택의 어설픔이 못내 아쉽지만 [혈의 누]는 ‘주변에 권하고 싶은 영화’다. 긴장이 넘치고, 시대상 재현이 인상적이며,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다. [너는 내 운명]은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고, [연애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배우의 힘을 느끼게끔 한다. 나머지 영화들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기로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