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기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기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5.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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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광주시가 순환도로 업체들과의 맺은 협약을 수정하기 위해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계속되는 재정 악화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획예산처가 ‘민간투자법’의 거친 부분을 손질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 시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1월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광주 2순환도로 이외에도 인천국제공항공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등 대표적인 민간 SOC 4곳에 대한 교통량이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시행돼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부담하고 있는 보상금은 1900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에서 추진중인 17개 민자도로의 경우까지를 보태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데 따른 방향 전환이다.

광주시는 재정적자는 둘째 치고 큰 돈을 들여 지어놓은 2순환도로가 통행량이 적어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8월 박광태 시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에서 ‘이용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때 박 시장은 “통행료 부담을 시가 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통행량을 높이기 위해 통행료 인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순환도로를 이용할 일이 별로 없는 시민들이 왜 순환도로의 적자분을 부담해야 하느냐”며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이용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또 시에서 발주한 재협상 대비 용역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용역비 4천만원이면 적지 않은 금액인데 재협상이 가능하기는 한 것이냐는 질문이다. 애쓰고 용역 결과를 내놨더니 업체들이 “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용역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는 것.

광주시의 입장은 일단 기초자료를 가지고 업체들을 설득해 재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지 맨손으로 싸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면피용 용역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개통1주년을 맞아 두 번째로 피켓시위를 벌인 박영수 시의원의 경우도 공교롭게 내년 서구청장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통행료 인하에 대한 박 의원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통행료를 인하해 궁극적으로 통행료 수입이 늘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은 또 누가 질 것인가. 책임 때문에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업무 방기라고 하겠지만 정치적인 이해를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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