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죽어야 한단 말인가?
얼마나 더 죽어야 한단 말인가?
  • 이재광
  • 승인 2005.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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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없는 농업의 미래
지난 11.15 ‘쌀 협상 국회비준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서울청 소속 기동대원들의 행사장 침탈시 쓰러져진 후 두 차레 뇌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아 오던 농민 故전용철씨의 사망원인을 놓고 요란하다. 아니, 겨울이 오는 농촌들녘 여기저기서 자살과 분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얼마나 더 많은 농민들이 죽어가야 이 나라 이 땅의 농업과 농촌이 바로 설까? 마음고생 덜하고 농사짓는 농민들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농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고인의 약력을 보니, 이 땅 대다수 농민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 어렵게 살다보니 많이 배우질 못했고, 또, 전문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훈련원에 입소도 했고, 철도청에 입사해서 근무도 했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해서는 쌀 농사 보다는 소득이 낫겠다 싶었던지 버섯농사를 해왔다. 농촌 현실문제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것 같다.(전농) 면지회장이란 직책이 그것을 뒷받침 해준다. 또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가 예외는 아닌듯 고인 또한 농촌에 살다보니, 아직까지 미혼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최근, 필자도 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 시간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몇일 전 서울로 향하려던 고인의 시신을 가로 막은채 ‘자연사냐, 외압에 의한 변사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 봤다. 마치 적국의 포로를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분명 망자를 두 번 죽이겠다는 의도는 아닐텐데 하면서....

故 이경해, 정용품, 오추옥 그리고, 전용철...

식량주권 사수를 외치다 쓰러져 간 농민 열사들의 이름을 되뇌어 본다. 벌써 몇명 째인가? 또, 얼마나 더 죽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열 사람을 위한 한 사람의 희생이 더 값진 것이라며 노모와 세 딸을 뒤로한 채 이역만리 칸쿤에서 몸을 던진 故이경해 열사의 마지막 외침이 귓가에 맴돈다. ‘WTO가 우리 농민 다 죽인다.’

그렇다. WTO 반대와 식량주권 사수를 외치다 먼저 간 열사들의 몸부림이 없었더라도 마지막 남은 쌀, 그 쌀 마져 자본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에 내주고 선 살아야 할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먼저 알았기에 죽음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들의 절박함과 처절한 외침은 울분과 분노로 바뀌어 전국 방방골골에서 하늘을 찌른다. 아니, 또 다른 농민열사를 부른다.

가진자와 쥔자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세계화니 개방화 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땅은 분명 당신들의 나라이고, 당신들의 땅이니 당신들의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하지만 당신들과 똑같이 호흡하며 지금 이 순간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350만 농민들도 당신들처럼 이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또 그들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라고 말이다. "하루 세끼 좀 더 잘 먹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또 "당신들처럼 크나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쌀 농사를 짓고, 이렇게 외치는게 아니"라고, "당신들의 목숨도 하나이듯 그들의 목숨도 하나 뿐"이라고...

"가진자여, 이 땅은 당신과 농민의 땅"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우리네 선량한 농민들 그들은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표가 아니다. 다만, 흘린 땀 만큼 거둬 들이고 그것에 만족해 하고, 다음 농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 반도체칩 몇 개를 더 팔기 위해 그들의 밥줄까지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온갖 부정한 방법 다 동원해 빼앗고, 탈세하고, 빼돌리고, 그렇고 그런 부류들과는 삶의 질 자체가 다른 그들의 소박한 희망마져 짖밟겠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WTO 농산물 무역협상! 무작정, 대책 없이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농산물 관세화 유예니! 관세화니! 냉철하게 판단해 본 적 있는가? 아니, 그런 것들을 심도 있게 고민이라도 해 봤는가?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이 나라, 이 정부는 지금껏 일관해 왔다. 아니, 농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그랬다. 경제논리 운운하며 우롱하기를 밥 먹듯 해왔기에 무지랭이라 일컫는 350만 농민들은 이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논리 운운하며 농민 우롱 밥먹듯이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 조금은 격앙된 표현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라.’ ‘농민들도 살아야겠다.’ 라며 나서는 선량한 국민을 향해 공권력이라는 미명하에 때려 죽이는 정부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며 정권퇴진을 운운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언어의 빈곤함을 느껴야만 한다. 차라리 차라리 군사정권이라면 죽기를 각오하고 공권력에 맞서기라도 할텐데! 인권을 그 어떤 것 보다 우선시 하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들 뿐이니...

쌀, 쌀은 하루 세끼 단순하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식재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민중들의 피와 눈물과 한평생을 받춰 대대손손 지켜온 것이기에, 질긴 명줄까지 포기해 가면서 지키려는 것이다. 이제 제발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인할 건 시인하고 마땅한 대안을 속시원하게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혹, 쌀이 없는 이 나라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고민해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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