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의 현주소와 기업가 정신
한국 재벌의 현주소와 기업가 정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1.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데이오늘]이상갑 변호사
지난 11월 11일 사망한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넥스트 소사이어티 ]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뛰어난 국갗로 한국을 꼽았다. ‘참다운 지도자는 영리하다기보다는 순수하고 성실하며, 카리스마나 능숙한 책략이 아니라 근면과 헌신으로 지도한다’고 주장하였던 피터 드러커. 그는 도대체 한국의 어떤 측면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 정신이 가장 뛰어난 나라라고 평가하였을까.

그가 ‘한국전쟁 이후 40년 동안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역사상 아무것도 없다. 교육에 대한 투자로부터 그렇게 풍성한 수확을 거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라고 언급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가 높게 평가한 것은 한국의 기업가 개개인의 정신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들이 지식노동자를 통해 이룩한 외부적 성과인 듯하다. 그러면, 한국의 기업가들의 현황은 어떠한가.

삼성그룹 이건회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 그는 우리 시대 최고의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995년 말 아버지로부터 60억여 원을 증여받아 16억원을 증여세로 납부한 다음 나머지 돈 44억 원 중 23억 원으로 삼성계열사인 에스원 주식을 사서 375억 원에 되팔았고 19억 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하여 230억 원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1년 반 만에 44억 원을 600억 원으로 부풀렸다.

이재용씨는 이 600억 원으로 다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매입하였다. 이재용씨가 2005. 4. 1.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계열사 지분 평가액은 1조 887억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월 4일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하여 이재용씨가 인수하도록 한 삼성에버랜드의 대표이사 및 상무이사에게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하였다. 재벌 2세, 3세의 편법적 증여에 의한 경영권 세습은 삼성 뿐 만 아니라 두산, SK 등도 마찬가지다.

두산그룹의 경우 최근 이른바 ‘형제의 난’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36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2,800억 원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28일 삼성의 소액주주들이 원고가 되어,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여 기업에 손해를 끼친 이건회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이 회장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최근들어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지난 수십년동안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저질러왔던 불법행위의 구체적인 모습들이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고, 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의미있는 사법적 판단 역시 뒤따르고 있다. 고질적이고 불법적인 정경유착, 경영권 세습 관행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가능해진 것은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기업의 투명성 제고가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고발 등 외부의 압력에 의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터 드러커가 표현한 ‘기업가 정신이 가장 뚸어난 나라’, 선도적인 ‘자본주의 이후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삼아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기업주 개개인의 결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적지 않으므로 제도적인 강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을 원칙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갑 변호사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