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정맥 지붕에서 본 산 그림
금남정맥 지붕에서 본 산 그림
  • 장갑수
  • 승인 200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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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의 아름다운 산행]운장산·구봉산(1126m·1002m, 전라북도 진안·완주)
덕유산을 지난 백두대간이 장수의 영취산에서 지맥을 뻗어 장안산, 팔공산과 진안의 마이산을 거쳐 주화산까지 금남호남정맥을 이룬다. 금남호남정맥은 다시 주화산에서 한 가지는 남으로 뻗어내려 호남정맥이 되고, 한 줄기는 북으로 이어져 금남정맥을 이룬다.

주화산에서 시작된 금남정맥은 운장산에서 우뚝 솟았다가 대둔산을 거쳐 계룡산을 일구고서 기세를 낮추어 충청남도 부여에서 수명을 다한다. 운장산은 1,000m 이하의 고도를 유지하고 있는 금남정맥에서 군계일학처럼 우뚝 솟아 전망대 구실을 한다.

완주군 봉동면과 고산면을 지나 동상 방면으로 방향을 튼다. 우리를 실은 버스는 운암산(597m) 자락에 자리 잡은 대야호반을 돌고 돌아간다. 골짜기를 따라 곡선을 그리며 형성된 검푸른 대야호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 봉우리들과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산행기점이 될 피암목재에 도착한다. 피암목재를 넘으면 운일암반일암계곡과 용담호로 이어진다. 운장산 북쪽을 흐르는 주자천이 만든 운일암반일암계곡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까지만 해도 협곡을 이룬 계곡에 보이는 것이라곤 하늘과 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었다. 그래서 운일암(雲日岩)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하도 깊은 골짜기라 햇볕이 반나절밖에 들지 않아 반일암(半日岩)이라 했다.

사통팔달의 전망에 감동하고

▲ 오성대ⓒ장갑수 피암목재에서 걷기 시작하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쓸쓸함을 자아낸다. 나무는 가지에 달고 있는 잎을 미련 없이 버림으로써 자유로워졌다. 늦가을과 겨울의 정취가 우리에게 포근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비움으로써 오히려 채워지는 대자연의 질서에 있다. 서봉(1113m)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차다. 서봉 동쪽으로 운장산 정상인 상봉(1126m)과 동봉(1113m)이 비슷한 높이로 솟아있다. 서봉 곁에는 오성대라는 웅장한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오성대에서는 조선 중종 때 성리학자 송익필이 수도를 했다고 전한다. 서봉에서의 전망은 금남정맥의 지붕답게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중첩되게 다가오는 산 풍경이 가슴 벅차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은 피암목재를 지나 장군봉으로, 대둔산으로 파도를 치듯 흘러간다. 대둔산 뒤로는 계룡산이 선명하다. 대둔산에서 시야를 동쪽으로 움직이면 금산의 진악산과 서대산이 얼굴을 내민다. 서봉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는 연석산을 일으키고서 북쪽으로 달려오는 금남정맥을 맞이한다. 금남정맥 뒤로 만덕산이 꿈틀거리고, 장수의 성수산·팔공산 같은 산들이 산군(山群)을 형성한다. 동봉과 정상 사이 안부 너머로 덕유산도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완주쪽의 운암산·위봉산과 전주시내, 그리고 모악산도 가깝다. 서봉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정상인 상봉에 오른다. 상봉은 동봉과 서봉 가운데에서 두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형국이다. 산줄기 위로 두 귀의 끝부분만 살짝 내민 마이산이 신비하기만 하다. 동봉으로 이동하여 첩첩이 다가오는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보며 형제애를 느낀다. 용담호의 모습도 살짝 선을 보인다. 용담호에 뜬 병풍 같은 바위들 ▲ 구봉과 용담호ⓒ장갑수
회색 옷으로 갈아입은 산과 춤추는 나무들이 침묵으로 말을 걸어온다. 침묵으로 나누는 대화야말로 진실한 소통이다. 1087봉에 가까워오자 억새가 하늘거린다. 억새너머로 바라보이는 산줄기들이 사방으로 첩첩하다.

갈거계곡으로 내려가는 안부를 지나 복두봉으로 올라선다. 다른 봉우리와 마찬가지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장쾌하다. 바로 앞으로 펼쳐지는 구봉산의 바위 봉우리 뒤로 용담호의 풍경이 넘실댄다. 어느 곳에서 보다도 마이산의 두 귀가 쫑긋 서 있다. 복두봉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에 명도봉(863m)이 자리 잡고, 명도봉 줄기는 운일암, 반일암계곡을 만나면서 여맥을 다한다.

복두봉과 구봉산 사이 고개에서 가파른 오름길을 차고 올라서서야 구봉산 정상인 천황봉에 발이 닳는다. 구봉산의 매력은 아홉 개의 바위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지는 풍경에 있다. 그래서 이름도 구봉산이 되었다. 구봉산 정상과 아홉 봉우리를 이룬 암릉은 300m 이상 고도 차이가 있어 눈 아래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 구봉 암릉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마치 설악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 이런 풍경만 해도 감동적인데, 용담호까지 결합되니 아름다운 산수화 한 폭이다.

암봉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돌아가다가 로프를 타고 능선으로 올라선다. 바위 아래로는 수십 미터에 이르는 절벽이라 아찔하기도 하지만 잠시 눈을 돌려 용담호를 바라보면 어느새 편안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촛불처럼 솟아오른 마지막 1봉이 눈앞에 와 있다. 1봉에 서서 바라본 9봉까지의 바위 봉우리들과의 이별이 아쉽다. 하산지점인 윗양명마을과 도로가 어서 오라 손짓하고, 용담호의 물결도 작별인사를 한다.

   
▲ 구봉 바위ⓒ장갑수


*산행코스
-.제1코스(종주코스) : 피암목재(50분) → 활목재(25분) → 서봉(20분) → 운장산 정상(20분) → 동봉(30분) → 각우목재(45분) → 1087봉(40분) → 복두봉(1시간) → 구봉산 정상(30분) → 칼크미재(1시간) → 1봉 안부(40분) → 윗양명주차장 (총소요시간 : 7시간)
-.제2코스(운장산 코스) : 피암목재(50분) → 활목재(25분) → 서봉(20분) → 운장산 정상(20분) → 동봉(1시간) → 내처사동 (총소요시간 : 2시간 55분)
-.제3코스(구봉산 코스) : 천황사 입구(1시간 50분) → 구봉산 정상(30분) → 칼크미재(1시간) → 1봉 안부(40분) → 윗양명주차장(총소요시간 : 4시간)

*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익산나들목에서 봉동면을 거쳐 대둔산 방향으로 17번 국도를 따라 고산면소재지를 지나면 동상으로 가는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에서 동상방향으로 우회전하여 달리면 대야호를 지나 피암목재에 도착한다. 피암목재를 넘어 계속 달리면 운일암반일암을 거쳐 구봉산 하산 지점인 윗양명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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