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의 발견’이 기분 좋은 영화
‘김래원의 발견’이 기분 좋은 영화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11.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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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기자의 영화읽기] 미스터 소크라테스
법은 복잡하고 주먹은 간단하다. 천하의 악당도 보호해주는 법의 ‘중립성’은 악당을 잡으려는 형사들의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가이드라인이다. 그래서 [더티하리]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공공의 적]의 설경구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악당들을 쥐어 팬다. 관객들은 속이 시원하다.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김래원도 이들 깡패 ‘같은’ 형사들의 계보를 잇는다. ‘같은’에 인용부호를 두른 까닭은, 그가 아예 깡패 출신이기 때문이다. 건들거리는 걸음걸이, 매우 불량스러운 눈빛의 깡패 출신 형사의 활약상은, 그러나 조금 답답하다.
김래원은 조직의 끄나풀 역할을 하기 위해서 형사로 위장취업한 경우. 깡패이면서 동시에 형사인 그는 ‘나는 누구인갗를 놓고 고민한다. 고민하는 주먹은 느리다. 느린 주먹은 답답하다. 관객들의 속은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이 시원섭섭은 연출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영화의 전략으로 채택된, 이른바 ‘컨셉’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를 장르로 분류한다면, 액션보다는 성장기영화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시원섭섭하게 재미있는 조폭코미디

▲ 김래원의 연기가 눈부시다. 설경구 식의 오버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여준 절제의 교집합에 김래원의 "눈빛"이 있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코미디로 시작해 계몽적 메시지로 막을 내리는 한국의 조폭코미디류 상업영화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야기구조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형사가 된 깡패 설정은 [무간도]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개봉 첫주에 당당히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아무리 허접한 작품이라도 ‘1등’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영화의 어떤 매력이 관객들로 하여금 극장을 찾게 만들었을까. 우선은 김래원의 연기가 눈부시다. 고만고만한 멜로물에나 얼굴을 내밀던 그가 양아치스러운 깡패이자, 정체성을 고민하는 형사라는, 조금 복잡한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낸 것이다. 혹여 어색한 대목이 있다면 그것은 김래원의 연기보다는 시나리오의 헐렁함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설경구 식의 오버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여준 절제의 교집합에 김래원의 ‘눈빛’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영화 남자배우의 두께가 김래원만큼 두꺼워진 느낌이다. 기분 좋은 일이다. 둘째는, 비록 평범한 이야기구조를 가져다 쓰기는 했지만, 나무랄 만큼 상투적이지는 않다는 게 영화의 장점으로 보인다. 적당히 웃고 즐기는 데서 특별한 하자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양식화된 액션을 지양한 점 또한 좋아 보인다. 무술스턴트를 쓰지 않아 김래원의 연기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셋째는 조연배우들의 탄탄한 지원을 꼽을 수 있겠다. 조연 전문 강신일의 연기가 김래원의 영역을 치고 들어온다는 점만 빼면 주변 배역들의 지원사격이 전반적으로 고르다. 특히 영화 중반 이후[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 이종혁과 맺는 콤비네이션이 맞춤하다. 적당히 웃고 즐기는 데 하자 없음 ▲ 영화는 관객들과의 정서적 교감체로서 "공부"를 활용한다.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 악법도 법이다.... 와 같은 입시용 암기사항들이 곳곳에 소금처럼 박혀 영화의 "간"을 맞추고 있다. ⓒ미스터스크라테스
마지막으로는 관객들과의 정서적 교감체로서 ‘공부’가 등장한다는 점.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 악법도 법이다… 와 같은 입시용 암기사항들이 곳곳에 소금처럼 뿌려져 영화의 ‘간’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친구][두사부일체][잠복근무]등의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사실 조폭과 고등학교를 연계시키는 전략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만큼 한국의 관객들에게 고등학교는 매우 강렬한 경험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고등학교’를 끌어들여 성공한 셈이다.

아쉬운 대목은 ‘목포’의 등장이다. 상당히 웃기는 대목에서 ‘목포 탈옥수’를 등장시켜 전라도사투리를 유치한 언어로 강등시키고 있는 것이다. 감독 최진원은, 화장실 코미디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패밀리](김민종, 황신혜 주연, 2002)로 장편 데뷔했는데 이 때도 목포를 전면에 등장시켜 웃음거리로 만들었었다. 목포(전라도)하고 무슨 원수진 일이 있길래.

영화문법의 맥락과는 별 상관도 없이 전라도를 등장시켜 그 ‘언어’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기법은 한국영화에서 흔하다. [간첩리철진](장진, 1999)에서 그랬고, [본 투 킬](장현수, 1996),[비트](김성수, 1997)에서도 발견된다.

그까이거 대~충 넘어가지 속 좁게 웬 시비냐고 탓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감독들의 ‘도덕불감증’이다. 판소리와 [태백산맥]의 언어로까지 승화된 사투리를 ‘맥락’에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저급언어화시키는 버릇을 그냥 두고 봐야하는 답답함이라니.

각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김래원의 연기 보는 재미만으로도 본전은 찾을 수 있는, 약간 개성있는 조폭코미디 상업영화이다.

   
▲ 미스터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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