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의, 광주은행 인수 가능할까
지역상의, 광주은행 인수 가능할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1.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일 추진위 구성하고 본격적인 인수전 뛰어들어

▲ 광주은행인수추진위원회가 지난 11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설립회의를 갖고 광주은행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김경대 광주전남 상공인들은 과연 광주은행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요즘 지역경제의 '핫 이슈'는 단연 향토은행인 광주은행의 민영화 문제가 첫 손에 꼽힌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방만한 부실경영으로 존폐의 위기에 몰렸던 광주은행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 우리금융지주회사(이하 우리지주)로 묶이면서 작년 723억원, 올해 1천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우량은행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광주은행은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고 시장경제 원리가 반영된 주주중심, 재무구조 중심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 초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법률안’에 의거, 민영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최대 주주로 있는 우리지주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재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그 중 경남은행을 인수하려는 경남지역 상공인들의 인수계획에 자극받은 광주전남 상공인들의 광주은행 인수전이 민영화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어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광주은행을 지역의 품으로? 지난 11일 광주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는 '광주은행인수추진위원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첫 발을 내디뎠다. 경남지역 상공인들의 경남은행 인수 작업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나 우리지주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추진되고 있어 자칫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 은행권의 직접적인 부실을 초래했던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인수에 따른 부작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이들이 내세우는 주된 논리는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과 부가가치의 역외유출 방지 △지역 유망 중소기업의 자금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부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것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광주은행이 지방은행으로서 '젖줄'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상공인들은 일절 경영권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순수한 선의'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물처럼 움직이고 진화하는 자본의 '선악'은 구별될 수 없는 노릇이라 그 속내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의지 중요, 정치논리로 밀어붙여서는 안 돼 우선 인수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지주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정부의 의지. 정부는 우리지주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쏟아 부은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1조원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광주은행의 인수금액에 대해 "정부가 광주은행에 투여한 공적자금 4418억 정도에서 협상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3월말까지 민영화를 완료해야 하는 법률적 제한을 안고 있었지만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시한을 최대 2009년까지 연장하고 있어 선심 쓰듯 '반 값'에 넘길지는 의문이다. 이를 위해 광주전남의 행정 부시장, 부지사가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양형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후원으로 정치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역 대학의 양 모 교수는 "시장경제에 맡겨놓았을 때보다 정치논리로 결정했을 때의 결론이 항상 좋지 않았다"면서 "추진위에 부 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스러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일괄매각이냐 개별 매각이냐 ▲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시민의소리 자료사진
둘째, 민영화 시점에 우리지주를 합병해서 일괄매각하느냐 개별로 매각하느냐가 관건이다. 모든 논의가 백지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터라 광주은행 지분의 78%를 소유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와 모회사인 우리지주가 공적자금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괄매각을 추진할 경우 지역 상공인들의 인수 의도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또 은행들이 M&A를 통한 대형화, 겸업화로 지방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소규모 지방은행들이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할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해 이에 대한 부담으로 분리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행히 분리 매각으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질 경우, 정부가 해외 자본보다는 국내 자본을 매각 협상 대상으로 정한다면 지역 상공인들도 유력한 후보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지역 상공인들을 우선 협상대상으로 정하거나 헐값 인수 등의 '특혜'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인수자금 등 지역경제 여건부터 따져봐야

셋째, 지역 상공인들의 인수자금 마련에 대한 의구심이다. 광주은행의 인수금액 규모는 적게는 8천억, 많게는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기업들이 주머니를 털어 인수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되는지의 여부다. 경기가 호전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내놓을 수 있는 금액이 한정적일 거라는 것. 이에 대해 추진위의 관계자는 "일반인 공모를 통해 조달하면 그리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상의로 대표되는 지역 기업들을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라며 대표성에 문제를 삼았고 이 모 교수도 “지역 기업들이 광주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이 있는지도 의문스럽지만 그럴 자금이 있다면 자기 사업에 투자하고 자기 일에 충실해야지 금융자본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경우”라고 꼬집었다.

일반인 공모에 대해서도 증권회사 조 모 과장은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을 지역민들로부터 2만3천원에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1만원 안팎의 타 은행 주가와 비교해 볼 때 일반인들의 부담이 너무 커 시중의 유동자금이 몰릴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닻을 올리고 출항에 나선 ‘인수 추진호’가 성공적인 항해를 무사히 마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낙관하는 이가 없다. 워낙 많은 돌발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나서다 자칫 ‘해프닝’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높다. 지역의 지혜를 모으고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 올바른 방향과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더욱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취재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