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숲.희망이 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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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영필
  • 승인 200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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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재 운남중 교사의 아름다운 정년 퇴임식

마지막 교단도 참교육으로 '마침표' 

지난달 30일 오후 5시부터 운남중학교에서는 300여명의 축하객들에 둘러싸여 한 시간 동안 아름다운 퇴임식이 진행되었다.

▲ 송문재 광주운남중 교사 ⓒ장권호 평생을 평교사로 교단을 지켰던 송문재선생이 학교를 떠나는 자리였다. 전교조 전신인 교사협의회장과 전교조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멋진 후배교사들이 만든 '교육동지와 제자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마침표'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이날 퇴임식은 전교조 운남중 분회 참교육실천 발표대회로 꾸려져 흔히 호텔까지 빌려 화려하게 퇴임하는 교장들과는 색다른 광경이었다. 동료들과 제자들이 만든 참교육자의 퇴임식은 마지막까지 참교육을 실천하는 감동의 자리였다. 송교사의 생활을 6개월 동안 추적하여 제작한 영상, 송교사의 수업을 흉내내고 율동과 노래로 퇴임을 축하한 학생들의 공연, 젊은 교사대표의 수화공연, 분회조합원 모두 나와 '내 사람아'를 합창할 때는 박제된 송공패보다 더 값진 살아있는 기념패로 살아났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정섭(39)전교조국·공립서부지회장은 "민주와 통일 참교육을 위해 투쟁해 온 한 교사의 삶을 되돌아보며, 교사로서 삶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감동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려고 했다."면서 그 동안 6개월에 걸친 퇴임준비위원회 활동을 통해 전교조분회의 결속력은 더 단단해졌으며, 작은 몸짓이 큰 감동을 만들어 기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복숭아 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 이제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 참교육 실천을 모범적으로 해온 송교사에게 동료. 후배교사들이 정년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장권호
"이제 겨우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칠 만 한데 교단을 떠나게 되어 아쉽다"는 송교사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그는 정년이란 다만 교단을 떠난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학교 밖으로 공간만 이동할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한때 난치병으로 고생한 그는 병을 만든 이도 '나'이고, 이겨내는 것도 '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면서 병마를 이겨냈다며, "배고프면 먹고 지치면 쉬는 것이다."는 진리로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해 무등산 자락에 작은 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물질문명에 심신이 찌든 교육동지들과 제자들이 함께 책을 읽으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그의 희망인 것이다.

죽호학원인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해직의 아픔을 겪은 그는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도 후배들과 동료들을 위한 걸쭉한 참교육 한판 마당을 만들어 준 셈이다. 가뜩이나 승진제도의 폐단이 크게 주목되는 시점에서 송교사의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퇴임식은 모든 교사들이 평교사로 교단을 떠날 때 훈장의 빛깔은 더 빛난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다.

길이 되는 사람, 숲이 되는 사람, 희망이 되는 사람 송문재선생의 퇴임식은 작은 울림으로 시작하여 큰 여울을 만들면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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