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통신] 내전 위기에 저항세력 외교시설 공격
[이라크통신] 내전 위기에 저항세력 외교시설 공격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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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의 바그다드]한국군-한국대사관 안전도 장담 못해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몇가지 반가운 소식과 안타까운 소식들이 있습니다.

이라크 반전평화활동가 미국서 유죄판결

먼저 이라크 전쟁 기간 중 제가 함께 활동을 했던 이라크 평화팀(IPT)을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라크 평화팀의 이름을 따라서 한국 반전평화팀의 영문 이름도 KIPT로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라크 평화팀을 조직했던 미국의 광야의 목소리(Voices in the Wilderness)는 그간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오랫동안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몇일전에 2만 달러 벌금 형이라는 최종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광야의 목소리는 수십만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100여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UN의 경제제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불복종 운동의 일환으로 경제제재의 반입금지 물품들 중 이라크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약품과 생필품들을 반입하는 운동을 1990년대 중반부터 전개하여 왔었고, 이번 전쟁에서는 이라크 평화팀을 조직하여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었습니다.

판결이 나온 직후 광야의 목소리의 설립자인 캐시 켈리(Kathy Kelly)는 킹 목사의 옥중 편지 중 다음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단 한푼의 벌금도 내지 않겠노라고 공언하였습니다.

"누구든 부정의한 법을 깨고자 한다면 공개적이면서 철저하게 해야하고 그 처벌도 기꺼이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라크 저항세력들, 외교관 공격목표 설정하자 일부국가 폐쇄

이라크에서 미국으로 귀국한 후 이미 몇개월의 옥고를 치른 바 있는 캐시 캘리와 광야의 목소리 활동가들이 또다시 수감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라크의 상황이 점점 혼란스러워지더니 급기야 내전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더러는 이미 내전 상황에 돌입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더러는 이라크 헌법 초안작성작업이 실패하면 내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항세력이 외교관을 표적으로 공격을 하는 새로운 전술을 채택하였습니다. 그 결과 몇몇 나라는 대사관을 폐쇄하기도 하였습니다.

세번째로 많은 군대를 이라크에 파견한 한국도 저항세력의 표적 공격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사관을 철수하여 외교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 이들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이라크에서 한국군을 철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파병에 다른 국익이 얼마나 큰지는 그 부분에 문외한인 제가 알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파병으로 인한 이익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보다 클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라크에는 대사관 직원들 이외에도 3500명에 달하는 한국 사람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바로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 군인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들에게도 위험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한국군 피해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 상태로 나간다면 조만간 한국군에서도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운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마도 살인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정부를 비롯한 한국 사회가 한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군인들도 분명히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만 할 한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입니다.
조만간 닥치게될 비극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속한 철군 뿐 입니다.

어두운 이라크의 현실과는 달리 터키의 쿠르드족 공동체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몇일 전에 터키의 에르도간 총리가 쿠르드족의 중심 도시인 디야르바크르를 다녀갔습니다. 그의 이번 방문 목적은 쿠르드족과 터키족 사이에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유럽연합 가입을 위한 정치적인 행보로 보이기는 하지만, 공개적으로 쿠르드족과의 평화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터키의 정치인으로서는 정말 드문 일입니다.

특히 유럽연합 가입까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반대하면서 쿠르드족을 포함한 소수민족 탄압을 주도하고 있는 군부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히 위험하기까지 한 일입니다.

터키의 전직 총리 한사람이 쿠르드족과의 평화 공존을 모색하다가 암살로 추정되는 이상한 죽음을 맞이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군부에 의한 암살이라고 믿고있지만, 터키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쿠르드 가정폭력 피해여성들 상대 대안무역활동

한달 조금 전,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었습니다. 이스탄불의 전범재판에 참석했던 활동가 중 두사람이 쿠르드족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서 디야르바크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들이 디야르바크르를 다녀간 후, 조그마한 첫번째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곳 쿠르드족 여성들이 생산한 수공예 품들을 가지고 한국과 대안무역을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첫번째 샘플을 얼마전에 한국으로 실어보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쿠르드족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두배의 억압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으로서 받는 억압에 더하여 여성으로서 받는 억압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이번 대안무역은 셀리스라는 쿠르드족의 자생 여성단체가 남편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있거나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에서 탈출한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한 조그마한 작업장에서 이들 여성들이 직접 생산한 것들이기에 더욱 소중한 물품들입니다.

그리고 대안무역은 자본주의 세계화에 대항할 수 있는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기에 이 대안무역 프로젝트는 여러가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대안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설립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귀 통증을 호소하던 8살 아이 기적적으로 치료받아 얼마 전에는 작은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몇달 전 우연히 알게된 한 가족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가족은 대단히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방이 단 두칸 뿐인 집에서 12명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이 가족의 8살난 여자아이가 저를 보고서 귀에 통증을 호소했었습니다.

당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러다 나아지려니 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두달여 지나서 다시 이 가족을 방문하였을 때 이 이 아이는 아직도 귀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고, 출혈까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아이를 이대로 놔두면 청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데리고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당시 제 주머니에는 집세를 낼 돈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더 급한 일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어쨌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로 결정한 후 통역을 부탁하기 위해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와 함께 앉아있던 다른 친구가 자기가 보건소에 근무하니 아이들을 데려오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이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동생의 의료보험 카드를 이용하여 약을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며 자기도 한몫 하겠노라고 자청하여 나섰습니다. 다른 친구는 잘 아는 이비인 후과 의사가 있으니 연락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 놓겠노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 아이와 세균에 감염되어 얼굴에 온통 종기 투성이었던 이 아이의 6살난 동생까지 두 아이를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며 점심한끼 대접한 비용만으로 치료를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몇달동안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얼마후 가족을 다시 방문했을 때, 귀가 아파서 항상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던 아이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뛰어와 제 품에 안겼고, 얼굴이 온통 종기 투성이던 아이의 얼굴은 깨끗해져 있었습니다.

한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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