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이 다시 희망이다.
사랑만이 다시 희망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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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석의 교육희망]

사랑은   -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이 시를 읽으면 저는 먼저 눈물이 나옵니다. 시집의 사진 속에서 시인은 큼직한 뿔테 안경 뒤로 순박한 눈빛으로 웃고 있지만 이제 그 눈빛은 사진 속에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화첩 사진으로 보았던 밀레의 ‘만종’이 떠오릅니다. 추수를 끝낸 들판에 서서 남녀가 저녁놀을 받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평온한 사랑을 꿈꾸던 내 자신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쌩 떽쥐베리가 소설, ‘인간의 대지’에서 한 말도 생각납니다.
 “사랑은 서로의 눈빛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서서 밤하늘에 빛나는 한 별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것이다.” 

이 구절을 곱씹으며 첫사랑답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달래며, 좀 더 의지를 갖고 일구어 가는 다음 사랑이 다가오길 꿈꾸던 스무 살 무렵의 내가 떠오릅니다.

그 때는 김남주 시인이 이 시에서 그리고 있는 것 같은 사랑이, 쌩 떽쥐베리가 말한 사랑이 지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런 사랑을 바라며 온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그런 사랑에 대한 믿음은 희미해져 갔고 사랑이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가르치는 일을 하며 다시 ‘사랑’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교육을 하면서 아이에게 진정 무엇을 바라는 걸까? 지식이 풍부해지길 바라는가,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고 사회에서 성공하길 바라는가, 안 것을 정확히 말하고 쓸 수 있는 표현 능력을 바라는가,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 능력이 있는 아이를 바라는가.’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가르치는 일을 하는 목표의 일부분은 될지언정 그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본질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러면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자신의 모습과 인생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아이들이 가졌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바람이고 교육의 본질적 목표가 아닐까요.

 ‘우리의 바람대로 아이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다시 사랑의 힘을 믿으며 온전한 사랑을 꿈꾸고,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한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배우며 자신의 앎을 쌓아가고 그 앎을 실천하는 힘을 길러 갈 것입니다.   

/인텔사고력교육센터 원장 intelma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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