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란 무엇인가
지역주의란 무엇인가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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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미에서 지역주의는 특정 정당과 특정 지역 유권자들 간의 연합을 의미한다. 정책이나 이념에 앞서 ‘지역정서’가 투표행위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이야기다.

지역주의는 ‘망국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마련인데 까닭은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양당 구조가 단단했던 지난 16대 총선에서 어지간한 비리정치인이더라도 한나라당 소속이면 영남에서, 민주당 소속이면 호남에서 무리 없이 당선된 예를 들 수 있겠다.

지역주의의 연원은, 멀게는 고구려-백제-신라로 나뉘었던 삼국시대에서 찾기도 하고, 가깝게는 박정희 정권의 지역차별적 개발정책에서 그 발생 근거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적 지역주의의 확고한 정착 시기는 1988년 제13대 총선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987년 대통령 선거 이후 DJ, YS, JP 등 야권이 새롭게 시도된 소선거구제를 발판으로 지역을 정당의 존립근거로 삼으면서 지역구도가 강고하게 뿌리내렸다는 주장이다.

1987년 6월항쟁과 그 뒤를 이은 대통령 선거에서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그 때까지의 정치적 과제였던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깨뜨렸고, 이에 정당이 자기 존립의 새로운 자원으로서 ‘지역’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02)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전쟁 이후 정당 간 경쟁이 극히 협애한 이념적 스펙트럼 내에서 이루어 짐 → 좁은 이념적 공간 내에서 갈등과 균열을 표현할 수 있는 정치언어와 담론의 범위 축소 → 민주 대 반민주 대립 구도가 거의 유일한 정치적 선택 기준 →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약진 이후 민주 대 반민주 대립 구도 약화, 왜곡됨 → ‘지역’이 목전에 당도한 선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정치적 자원화 됨."

이 같은 분석은 새로운 정치적 과제가 설정됐을 때 비로소 지역주의가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논리적 귀결을 낳는다. 지난해 ‘탄핵정국’이 지역주의에 상당한 균열을 주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탄핵이라는 핵폭풍급 정치과제가 유권자들 앞에 등장하자 지역주의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선거제도와 권력을 ‘교환’하자는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지역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라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선거제도의 개혁이 지역주의 정치 청산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까지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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