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영업력인가, 권력의 보호막인가
치밀한 영업력인가, 권력의 보호막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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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 성장'/ 고재유시장 장남 경영 가구회사/ IMF침체기 불구/ 주요 건설사 시공 아파트에 납품/ 시장취임 1년만에 매출액 3배 '껑충'/ 상승세 지속...최근 새사업 진출도 / 고명균 사장 "오히려 피해봤다" 항변/ 고재유 광주시장의 장남이 경영하는 가구회사 매출이 시장취임 1년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탄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고시장 취임이후는 IMF로 인해 전반적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된 상황인데도 고시장 장남은 아파트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가구납품을 통해 이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방아가 적지 않다. 고시장 장남 명균씨(36)가 경영하는 우송가구백화점은 최근 올해말 코스닥 등록을 앞둔 유망업체로 알려진 유엘패밀리 전남·북 총판을 개설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상호를 우송갤러리아로 바꿨다. 유엘패밀리는 '올팬'(ALL & fan)이란 메이커의 토탈 생활용품 판매회사. 하지만 현재 고사장의 주력사업은 묘하게도 아버지의 시장 취임 전후와 맞아떨어지게 뛰어든 아파트건설업체에 대한 가구납품업. 이 과정에서 우송은 고시장 취임해인 98년에는 32억이던 매출액이 건설업체에 가구납품을 하기 시작한 99년에는 100억 9천만원으로 급상승했다. 이어 가구납품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지난해에는 120억원의 매출액 신장세를 보였고 올해는 150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송의 이같은 상승세가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전문건설협회의 시공능력평가액. 우송은 지난 99년 3월30일 의장공사업(현 실내건축업) 등록을 한 뒤 전문건설협회 광주시회에 회원으로 가입, 그해 7월말 발표된 시공능력평가액이 2억6천60만원(56위)이었으나 1년만인 2000년 7월말에는 시공능력평가액에서 71억5천796만6천원을 기록하며 업계순위도 1위로 껑충 뛰어오른 것. 당시 업계에서는 시공능력평가액이 수주실적의 60%+경영상태+기술능력점수+신인도 평가 등을 종합해서 산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송의 실제 매출액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업계와 가구업계 내외에서 우송의 영업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이 시점과 맞물린다. 아파트 건설업계에서 우송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송은 99년 풍암지구 대주아파트를 시작으로 금호, 호반, 우미,송촌, 중흥, 모아, 대우, 주택공사 등 주로 광주 전남지역 대형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 가구납품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업계에서는 우송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말그대로 신생기업이다. 실제로 한샘, 에넥스, 리바트, 보르네오 등 그동안 아파트 건설업체에 싱크대를 비롯한 가구를 납품해오던 유명메이커회사들은 처음 우송의 등장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메이커의 한 영업담당자는 "99년도에 그 정도의 매출을 올리려면 길게는 2∼3년전, 적어도 98년도부터는 업계에서 움직임이 포착됐을텐데도 우송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사실 그후에도 건설회사마다 입찰에 참여하고 '오더'를 따내는 것을 보면서 경험도 부족한데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긴가민가하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막상 해내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우송은 광주전남지역에서만 연간 300억대에 이르는 아파트 가구납품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했다. 이 과정에서 메이커업체는 물론이고 기존 영세업체들이 불만이 커졌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일부 영세업체에서는 우송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탄원서'라도 제출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한 영세업체 사장은 "우송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거래처가 끊긴 곳이 있다"며 "작년에 일부에서 너무한다는 여론과 함께 탄원서 이야기가 나돈 것이 사실이지만 제출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우송은 가구납품업계에 연착륙 한 상태다. 우송은 지금도 경상도와 강원도를 제외하고 광주, 전남·북을 중심으로 서울, 경기지역 등에서 주로 광주·전남 연고기업의 아파트건설현장에 가구납품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송이 이처럼 사업을 확장하게된 배경은 뭘까. 유명 메이커의 한 영업담당자는 "동종업계에서 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가 갑자기 뛰어들어 성장세를 유지해간다면 획기적인 모티브가 없으면 안된다"며 "우송의 사업확장 시점과 고시장취임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유명메이커의 영업담당자도 "우송은 구색을 갖춰 입찰에 참여했고 나름대로 기술과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실 유명메이커가 기술이나 영업력 등으로 극복하지 못하겠느냐"며 '후광설'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건설업계의 관행이 더 큰 문제"라며 "건설업체들이 같은 가격이면 권력을 쓰던 안쓰던 좋은게 좋은 게 아니냐는 식의 발상이 크게 작용하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영업담당자는 광주지역 한 건설업체의 납품에서 우송과 경쟁, 실무자들의 의사와 달리 경영주의 지시로 계약을 맺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명균 사장은 회사의 급성장에 대해 "시장의 아들이 아니라 한사람의 기업가로 봐달라"며 적극적인 해명태도를 보였다. 고사장은 "아버지의 그늘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자신한다"며 "오히려 피해본 적도 많다"고 항변했다. 예컨대 시장당선직후 구설수에 오를까봐 서울로 거처를 옮기고 지금까지 가족과 떨어져 지내온 점, 관공서 입찰에는 아예 참여하지 못한 점 등이 그것이라는 것. 고사장은 이어 "아파트 가구납품은 지난 97년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며 99년 매출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시장취임 이전 풍암지구 대주아파트에 66억원규모의 납품을 따낸 결과이며 그후 매출액도 모두 열심히 뛰어서 따낸 영업성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사장은 10번 입찰에 참여했다 9번 떨어지고 1번 낙찰된 경우도 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또 "전문건설협회 시공능력평가액이 갑자기 상승한 것도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사실 건설협회에는 실내건축업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가구납품액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데 업무착오의 결과"라며 "말썽이 날까봐 지난해 8월말 아예 실내건축업 면허를 자진반납해 버렸다"고 밝혔다. 고사장은 특히 "최근 유엘패밀리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앞으로 가구업계가 토탈화 소품화돼 갈 것으로 보고 변신을 시도한 것"이라며 "지난 90년부터 가구업계에 뛰어든 이래 나름대로 업계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앞서나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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